내가 가진 것은 너무 소중하다? 상품 거래시 '소유효과' 경계를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다. 상당히 오랫동안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를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시장 수요가 적을수록 가격도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주택 소유주들은 시장에 수요가 없는데도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고 집이 안 팔린다며 불안해한다. 알쏭달쏭한 현상이다. 여러 이론들이 이를 설명하려고 시도하는데, 그중 재미있는 설명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효과’다.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란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보다 소유자가 평가하는 가치가 훨씬 높은 현상을 말하는데, 다른 말로 ‘부존효과’ ‘보유효과’라고도 한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에 강한 애착을 가질 때 생기는 현상이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는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발견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주고 그들에게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 머그컵을 사려면 얼마를 낼 생각이냐고 물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머그컵을 가진 학생들은 단지 몇 분간 머그컵을 만졌을 뿐인데도 약 1.7배에서 많게는 16.5배 정도 더 높게 가치를 책정했다. 탈러는 이 현상을 ‘소유효과’라고 불렀다.

몇 년 전 EBS에서 방영한 ‘설득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16명으로 구성된 한 집단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머그컵을 제시하면서 얼마면 사겠느냐고 물었다. 그런 다음 머그컵을 참가자들에게 주고 난 뒤 얼마면 팔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처음에 사려고 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팔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를 더 높게 매기는 경향이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소유효과를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TV 홈쇼핑에서 파는 물건은 직접 보지 못하고 사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용 후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해도 된다’는 조건을 걸기도 한다. 심지어 무료 사용 기간을 1주일에서 3개월까지 허용하는 제품도 있다. 이 말에 혹한 소비자들은 일단 써보고 안되면 반품하겠다는 심정으로 주문을 한다. 홈쇼핑에서 산 물건이 사람들 마음에 쏙 들기는 쉽지 않으니 반품이 폭주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일단 며칠 쓰고 나면 사람들에게 소유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쓸만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그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유효과를 잘 활용하면 더 효과적인 판매도 가능하다. 두 노트북 판매 광고를 비교해 보자.

‘A사:노트북 가격 80만원(사용하던 중고노트북 10만원 인정, 10만원 할인 적용)’ ‘B사:노트북 가격 80만원(사용하던 중고노트북 15만원 인정, 5만원 할인 적용)’. 당신이라면 둘 중 어느 회사의 노트북을 사겠는가. 두 회사 모두 소비자는 8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어느 쪽을 더 좋다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쓰던 물건을 더 높게 평가해 주는 B회사의 조건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소유효과를 적절히 활용하는 판매수법이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이나 판매원에게는 소유효과의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특이한 경우도 있다. 주식판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경우다. 같은 회사의 주식을 몇 년간 취급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소유효과가 생겨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제때에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증권회사에서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담당하는 주식을 순환하도록 규정을 정하고 있다. 상품을 개발하는 기획부 또는 연구·개발(R&D) 부서 직원들이 자신이 기획, 개발한 상품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도 소유효과에 사로잡힌 경우다.

벤처기업의 창업주들도 기업을 매각할 때 자기도 모르게 소유효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경우 대부분의 매각회사가 자사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한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창업주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때로는 인수기업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매각을 거부한다. 그런데 이렇게 매각을 거부하고 나면 나중에 더 헐값에 매각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품 거래를 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지금 소유효과에 빠진 것은 아닌가. 상대방이 소유효과에 빠져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이계평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