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대박서 배울 점…시장·고객  변화  면밀히 관찰하라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기가 쉬워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 새로운 기능 정보에 민감해졌다. 경쟁 회사는 성공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빨리 배우고 쫓아갈 수 있게 됐다. 얼마 전까지 잘 나가던 비즈니스가 순식간에 레드오션이 되고, 소비자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 움직인다. 사업을 하는 사람과 기업에는 이렇게 빠른 변화가 벅차다. 그러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를 관찰하고, 재빠르게 대응해 가는 수밖에 없다.

우선 자기 사업의 특성과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야 성공 확률이 높다. 소비자와 시장 확대 그림 가운데 현재의 업(業) 또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내용을 적는다. 이렇게 출발하는 것이 시장 전망이 좋은 신사업을 찾더라도 구체적인 실행단계에서 성공의 결실을 만들어 갈 확률이 높다. 그런 다음 현재 시장과 소비자층을 나누고 표적을 정해서 성공할 수 있는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 전체 시장을 다 겨냥하는 제품, 서비스 개발보다 특정 소비자의 요구와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캐릭터, 완구,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떠오른 ‘뽀로로’를 소비자와 시장 확대의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한동안 한국의 캐릭터 시장은 일본의 만화와 캐릭터 산업의 하청 업체에 불과했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위한 저부가가치의 그림을 그려 주거나 봉제 완구 정도로 영세했다. 이렇게 열악하던 한국의 토종 캐릭터 시장에서 뽀로로를 기획한 사람들은 소비자를 새롭게 정의하고 확대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다.

뽀로로 제작팀은 초기에 한국의 캐릭터 및 완구 시장을 분석, 선진국 캐릭터들의 주 타깃이 어린이 였음을 발견했다. 6개월간의 고민 끝에 유아 시장을 타깃으로 캐릭터를 개발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캐릭터 컨셉트로 쥐, 고양이, 오리, 개 등 일반인에게 친숙한 동물 캐릭터 대신 펭귄이라는 이색적인 동물을 찾는 데 또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이어 유아가 좋아하는 캐릭터 개념과 캐릭터와 완구를 사 줄 부모들의 욕구를 만족할 개념을 만들어 갔다.

유아는 뽀로로를 보면서 왜 울다가도 웃을까. 자기와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유아들처럼 뒤뚱뒤뚱 불안하게 안짱다리로 펭귄 걸음을 걷게 하고, 가분수의 펭귄 머리를 강조했다. 그리고 부모들을 위해 뽀로로 스토리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동생을 위해 준다거나 엉성하지만 부모의 말을 잘 따르는 스토리 시리즈물을 여러 개 만들어 출시했다.

유아가 웃고 제품을 실질적으로 구매할 부모가 교육적으로 만족했다. 뽀로로 완구와 비디오가 잘 팔리는 이유다. 뽀로로는 한국의 완구 시장을 선도하며 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덕분에 토종 완구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객과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 시장을 조금 확대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날 수 있다. 유아 시장과 실질적 구매자인 부모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신사업 발굴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