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존속가치 2200억 vs 1조9200억
“솔직히 말해 이 회사가 앞으로 몇 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은행 관계자)

“왜 살아남지 못합니까. 채권단이 지원하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게 채권단에도 좋은 것 아닙니까.” (B은행 관계자)

“두 차례 실사 결과가 너무 차이납니다. 실사 결과를 이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C은행 관계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5층 회의실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세계 8위 조선업체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어 기업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의 생사가 걸린 자리였다. 채권단은 2개 회계법인이 가져온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회사를 정상화할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2200억원 VS 1조9200억원

논란의 핵심은 서로 엇갈리는 실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였다.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두 차례 실사를 맡겼다.

첫 번째로 맡았던 삼정KPMG는 지난 10월 성동조선해양을 살리려면 최대 1조5000억원을 채권단이 추가 대출해줘야 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기업을 계속 운영할 때 나오는 가치(존속가치)는 2200억원 정도인데 당장 회사 문을 닫고 자산을 다 팔았을 때 나오는 가치(청산가치)는 1조47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채권단은 이 결과가 ‘엉터리’라며 딜로이트안진에 재실사 용역을 줬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주 채권단에 성동조선해양의 존속가치는 1조9200억원이고, 청산가치는 1조3200억원으로 회사를 살리는 게 낫다는 답을 내놨다. 추가 지원해야 할 돈은 2014년까지 1조500억원으로 추산했다.

◆계산법 달라 논란

똑같은 회사를 두고 가치를 평가했는데 무려 1조7000억원이나 차이가 난 이유는 서로 다른 계산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삼정은 2015년까지의 현금 흐름만 계산해 2014년 이후 시장 상황이 좋아져 선가가 회복된다는 가정을 현금 흐름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딜로이트안진은 2018년까지 멀리 보고 미래에 현금 흐름이 더 좋아지는 것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삼정은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에 기초한 반면 안진은 긍정적인 전망을 활용했다. 한 해 수주할 수 있는 선박 수를 삼정은 31척, 안진은 48척으로 계산했다. 원자재 가격도 안진이 더 낮은 값에 사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안진은 또 조선업 특성을 반영한 ‘금융부채 회수율’을 따져 정상화가 청산보다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 일부에서는 “정상화를 바라는 채권단의 ‘뜻’을 너무 많이 반영한 실사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내 3000억원 추가 지원할 듯

채권단은 일단 안진 측의 재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주 중 정상화 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75%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채권 비율이 47.40%에 이르는 데다 무역보험공사(18.80%) 우리은행(15.69%)이 정상화 방안에 동의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하다.

채권단은 정상화 방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이달 말까지 3000억원을 채권비율대로 나눠 성동조선해양에 지원할 방침이다. 성동조선해양의 올해 손실분 2800억원가량을 메워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네 번째로 채권비율이 높은 국민은행(7.63%)이 복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에도 성동조선해양에 긴급자금 2000억원을 지원하는 데 반대해 600억원가량의 돈을 내지 않았다.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가 훨씬 높다며 보유 채권에 대한 반대매수를 청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민은행만 빠질 경우 정상화 방안이 통과되겠지만, 국민은행에 영향을 받은 다른 채권단도 정상화 방안에 반대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