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독점 수입 '쥬시꾸뛰르' 잘 나가니…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는 웬만해서는 경쟁 업체가 수입하는 패션 브랜드는 자기 점포에 들여놓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핫’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않을 경우 유행에 뒤처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신세계의 패션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수입·판매하는 아르마니, 코치, 디젤과 롯데백화점이 공식 수입원인 훌라가 경쟁 백화점에 버젓이 들어간 이유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주인공은 ‘강남 츄리닝’으로 잘 알려진 쥬시꾸뛰르(사진). 2007년 현대백화점이 독점 수입·판매하기 시작한 쥬시꾸뛰르는 압구정 본점을 시작으로 롯데(본점·잠실점·부산 서면점) 신세계(강남점) 갤러리아(명품관) AK플라자(분당점) 등 국내 5대 백화점을 뚫었다. 덕분에 수입 첫해 4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160억원으로 4년 동안 4배로 성장했다.

쥬시꾸뛰르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대표 상품(트렉슈트)을 선정한 뒤 ‘패션 1번지’인 서울 강남을 집중 공략한 게 주효했다.

‘쥬시꾸뛰르 알리기’에 성공한 현대는 최근 2단계 작업에 들어갔다. 재킷 스웨터 액세서리 등으로 주력 상품군을 넓히는 동시에 ‘준(準) 명품’으로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첫 성과는 지난달 말 서울 소공동 롯데 본점에서 거뒀다. 점포 위치를 2층 영 캐주얼 섹션에서 랄프로렌, 이자벨 마랑 등 준 명품 브랜드들이 들어선 3층 수입 여성복 매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출점하는 신세계, 롯데와 달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방식으로 패션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며 “최근 도입한 올라카일리와 아돌포도밍게즈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는 SI를 통해 패션 분야에서 연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롯데는 짐보리 등 9개 브랜드를 통해 5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