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새희망홀씨' 대출 밀어내기
하나은행이 서민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금액을 한 달 만에 두 배로 늘렸다. 연말 실적집계를 앞두고 ‘할당액’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새희망홀씨대출을 889억원어치 새로 내줬다. 올 들어 10월까지 취급한 관련 대출(892억원)과 맞먹는 규모를 한 달 만에 신규로 집행한 것이다.

하나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액은 총 1781억원으로, 당초 목표액(1300억원)을 37% 초과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요즘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서민대출을 많이 내줘야 하는 분위기 아니냐”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새희망홀씨대출을 갑자기 확대하면서 건당 취급액도 늘어났다. 1~10월 중 대출액이 건당 평균 961만원이었지만 11월엔 1284만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그동안 새희망홀씨 대출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다가 연말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역시 새희망홀씨대출 ‘밀어내기’에 동참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1323억원을 취급했는데 11월에만 508억원어치 신규 대출을 내줬다. 전체의 38.4% 규모다.

금융권에선 부실대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선 영업점마다 “일단 내주고 보자”는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한두 달 전 서민대출 실적을 중간 집계했는데 많이 모자란 것으로 파악돼 비상이 걸렸다고 들었다”며 “할당액을 우선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연체율 관리는 아예 생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새희망홀씨대출 연체율은 급등세다. 하나은행 연체율은 지난 10월 말 5.61%로 6월 말(3.21%) 대비 두 배가량 뛰었다. 출시된 지 1년도 안 된 상품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새희망홀씨대출이 부실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서민은 물론 일반 고객들까지 추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짜면서 새희망홀씨대출 목표를 더 늘려잡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은행들이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새희망홀씨대출로 내주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이어서 할당액을 맞추고 못 맞추고는 당국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