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출산 극복에 기업생존 달렸다
얼마 전 일본 노토반도(能登半島)에 다녀오면서 인구문제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노토반도는 혼슈 섬 중부의 이시카와현에서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뻗어 있는 조그만 반도인데, 많은 탈북자들이 배나 뗏목을 타고 도착하는 곳이다. 여기저기 돌아보았지만 한국 사람을 포함해 외국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고 너무나 한적했다.

조용한 곳이라 여행하기에는 좋았지만, 일전에 지인인 교토대의 후루사카 교수가 “일본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진이나 방사능이 아닌 인구문제”라고 지적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후루사카 교수는 현재 일본에 800만 가구인 공가(空家)가 저출산으로 인해 50년 뒤엔 1550만가구로 늘어나면서 부동산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견했다. 우리나라에도 인구감소에 따른 이른바 ‘빈집 폭탄’이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1488만가구에 달하는 우리나라 주택 가운데 절반가량이 50년 후 빈집으로 남아돈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일본은 최근 20여 년간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무기력한 사회, 국가 침몰 직전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인구문제를 우려하며 ‘1명 자녀’를 강제했던 중국은 최근 들어 일할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3D업종(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 기피현상, 부모 미부양 등 산업·사회·문화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미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도 안 낳겠다”는 출산기피증이 나타나고 있다. 낙태만 하더라도 2005년 35만건(기혼 21만, 미혼 14만)에서 2009년 150만건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신생아가 44만명임을 고려할 때 낙태는 미혼모 문제나 입양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인구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출산기피 현상의 원인은 생활수준 향상과 가치관의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취업 및 육아의 어려움, 교육비, 주택문제 등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는 다자녀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와 탁아소 확충 등 과감한 출산장려책을 펼쳐야 할 때이다. 우수 인력의 외국인 이민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 병역의무처럼 출산의무화를 추진하고 ‘저출산세’ 등을 신설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에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소비 위축으로 기업생존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기업이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요즘 기업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떠오른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경각심 고취 활동을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가령 젊은 구성원 면접 때 미혼이면 ‘언제쯤 결혼하고, 자녀를 몇 명 둘 예정인지’, 젊은 기혼자에게는 ‘몇 명의 자녀를 가질 예정인지’에 대해 반드시 질문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다자녀 구성원에게 인사상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다. 육아휴직 1년(최소 6개월 의무화)이나 출산장려금(다자녀인 경우 대폭 확대) 지원, 만 3세 이하 영·유아를 둔 여성 구성원에게 탄력근무제도 실시, 수유시설 제공, 다자녀 구성원의 근거리 발령, 자녀 수에 관계없이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자녀 학자금 지원, 3명 이상 자녀를 둔 구성원 채용 우대, 미혼구성원 결혼장려제도(결혼추진위원회, 웨딩컨설팅업체 활용) 운영 등이 가족친화경영의 예이다.

저출산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정치권이 포플리즘이나 복지경쟁은 가속화하면서 인구문제에는 관심이 적다.

이제 기업을 비롯한 전 국민이 산아 제한이나 나무가꾸기, 국토가꾸기 운동처럼 ‘출산장려로 미래가꾸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본다.

김종훈 < 한미글로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