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9일만에 순매수, 코스피 美연말쇼핑 특수로 강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29일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이미 예고된 악재라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미국 연말 쇼핑특수라는 호재에 묻혀 거의 감지되지 않는 수준이다.

평소 대외 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 9일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코스피는 오전 10시45분 현재 전날보다 26.99포인트(1.49%) 오른 1,842.27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은 같은 시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12억원을 순매수했다.

◇예고된 악재…예상보다 수위 낮아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구성된 슈퍼위원회의 합의가 실패한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최근 의회가 단기적 적자감축안의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근본적인 개혁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신용전망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는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 소식이 전해진 지난 22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검토해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혀 이미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 강등 가능성이 예고됐었다.

앞서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슈퍼위의 합의 실패에도 신용등급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디스 역시 슈퍼위의 합의 실패와 상관없이 종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피치가 신용등급 강등 대신 등급 전망 조정을 택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려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라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키움증권 마주옥 투자전략팀장은 "신용등급을 조정한 것이 아니고 전망만 내린 것이어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시장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도 "등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어서 영향은 크지 않다.

시장을 괴롭힐 만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피치 美 등급강등 가능성은 남아
피치가 등급 전망에 이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면 통상 3~6개월 사이에 추가로 등급을 내릴 때가 잦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허재환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데 여야 합의가 안됐기 때문에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피치가 신용등급 전망에 이어 등급 자체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수석연구원도 "피치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감축안과 경기부양책, 경제성장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피치가 신용등급을 내린다 해도 S&P의 강등에 뒤이은 것인데다 예상된 수순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피치는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서 미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가장 좋게 평가해왔으나 이번 전망 하향으로 무디스와 같은 수준을 제시하게 됐다.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S&P는 'AA+'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매기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피치가 미국의 등급 전망을 내린 것은 S&P나 무디스에 후행하는 조치다.

다른 신평사와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한창헌 기자 hsh@yna.co.krch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