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올해 대형마트의 키워드가 '브레이크(BRAKES)'라고 29일 소개했다.

BRAKES는 '제동 걸린 유통업계(Brake)', '대체소비의 확산(Replacement)', '이상기후(Abnormal climate)', '한류열풍(Korean wave)', '저가상품의 인기(Economy)', '소규모 가족의 확산(Small family)' 등을 앞글자를 따 온 단어다.

이마트가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전국 137개 점포에서 2억5000만명에게 팔린 상품 2698가지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대형마트의 입장에서는 각종 규제 강화로 신규 개점이 둔화했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대에 제동이 걸린 한해였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10월까지 총 4개의 점포를 개점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은 점포수다.

활기를 띤 것은 대체 소비였다. 갈치와 고등어, 삼겹살 등 국산 수ㆍ축산물의 가격이 상승하자 노르웨이 고등어와 벨기에ㆍ캐나다산 돈육이 이를 대체했다.

쓰나미로 촉발된 일본 원전 사고와 길어진 장마, 폭우 등도 영향을 줬다. 방사능 물질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라는 불안에 방사능을 없애주는 요오드 성분이 천일염에 많다는 소문이 돌아 소금 품귀 현상이 생겼다. 여름에 아이스크림과 선풍기, 에어컨 판매가 부진했고 우산과 제습제가 작년보다 각각 46.5％, 35.1％ (7ㆍ8월 기준) 더 판매됐다.

한류 열풍은 유통업체에 다른 기회를 주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매장 판촉 활동이 이어졌다. 중국인의 단골 선물 상품인 김과 김치 등이 중국 연휴인 국경절이 낀 10월에 작년의 2배 이상 팔려 나갔다.

고물가와 불황으로 저가 상품들은 인기를 끌었다.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도입한 이마트 TV는 3일 만에 준비한 물량 5000대가 동났고 예약 주문이 5000대에 달했다. 일반 커피 전문점보다 싸게 준비한 이마트 원두커피도 인기를 누렸다.

1∼2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가구가 늘면서 간편식이나 소형 가구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이마트에서 2인용 가구의 판매비는 24.3％로 4인용의 비율을 추월했으며 1∼2인용 가구의 합계가 48.3%에 달했다. 간편식은 국이나 탕, 찌개 등이 위주에서 벗어나 냉면이나 칼국수, 파스타까지 시장이 확대됐다.

김진호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올해는 유럽발 경제위기와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소비 위축이 심화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찾아 소비하는 합리적 소비 추세가 뚜렷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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