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양돈사업단 "美ㆍ유럽산과 본격 승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 27일. FTA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양돈 농업회사 법인 ‘서부충남고품질양돈클러스터사업단’ 직원들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충남 보령과 홍성 지역의 59개 양돈농가가 투자해 설립한 이 회사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FTA에 대비해 2008년부터 고부가 양돈 사업 등을 준비해왔다.

◆농가에 7000만원 추가 소득

이 회사는 10년 뒤 무관세로 수입될 미국산 돼지고기와 경쟁하기 위해 주주 농가들이 출하한 돼지고기를 유통 마진 없이 판매하고 있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의 70% 수준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단국대와 산학 협력을 통해 세포노화 촉진 등에 효능이 있는 오메가-3가 함유된 돼지를 개발해 특허까지 냈다. 덕분에 주주 농가들은 올 들어 7000만원씩 추가 소득을 올렸다. 다음달부터는 단순 유통에서 벗어나 오메가-3가 함유된 소시지와 햄 등을 생산하고 체험교실도 여는 등 부가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지역기반 식품회사 육성 필요

보령 양돈사업단 "美ㆍ유럽산과 본격 승부"
한·미 FTA 발효는 국내 농식품 분야에 위기인 동시에 해외시장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입 원료에 부과되는 관세가 낮아져 다양한 식품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시대를 맞아 식품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 식품회사’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기반 식품회사란 농어촌에서 생산된 신선 농수축산물을 공급받아 가공해 되팔거나 신제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회사를 말한다.

국내에 설립된 농업법인들은 대부분 지역 농가들이 공동 투자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농가들은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한편 식품회사 주주로 참여해 다양한 소득을 얻는다. 한·미 FTA로 15년간 12조원 이상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의 새로운 발전 모델이자 식품산업의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윈-윈(win-win)’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지역 기반 식품회사를 육성하기 위해 2017년까지 100개 회사를 선정해 3년간 50억원가량씩 지원할 계획이다.

◆상품개발과 마케팅이 관건

지역기반 식품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차별화된 상품 개발 지원과 효과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청도·상주·문경의 감 재배농가 3000여곳이 공동 설립한 ‘감고부가가치화클러스터사업단’의 서영문 사업지원팀장은 “농수축산물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지원에 예산 지원을 해주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교육도 정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일본 미에현 이가시의 양돈농가들이 설립한 뒤 작년에만 48억엔의 매출을 올린 모쿠모쿠 팜의 고모리 가즈히데 팀장은 “지역기반한 회사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내산 농산물이 좋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는 지역별로 음식체험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