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에서 홈런·타점을 휩쓴 최고의 왼손 타자 최형우가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를 살렸다.

최형우는 27일 대만 타오위안 인터내셔널구장에서 벌어진 아시아 프로야구 최강전인 2011 아시아시리즈 퉁이 라이온스(대만)와의 결승 진출전에서 3-3으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퉁이의 투수는 2003년 삼성에서 뛰었던 오른팔 투수 라이언 글린이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타구는 쭉쭉 뻗어갔고 퉁이의 외야수들이 볼을 잡으러 열심히 뛰어갔지만 펜스를 넘어가는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최형우는 탈락 직전에 몰린 팀을 홈런으로 살려내면서 주포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은 이날 3-1로 앞선 6회부터 퉁이의 왼손 타자 라인을 겨냥해 왼팔 권혁을 구원으로 투입하며 '지키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권혁이 자신 없는 투구로 위기를 자초한 끝에 대타 궈준위에게 투런포를 맞고 동점을 허용하면서 삼성은 위기에 봉착했다.

타선은 좀처럼 퉁이의 계투진을 뚫지 못해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경기는 더욱 꼬였다.

만약 무승부로 끝났다면 이번 대회 동률팀 순위 배정 원칙에 따라 삼성과 퉁이는 평균 최소실점(총 실점/수비이닝)을 따져야 했다.

전날 소프크뱅크 호크스(일본)에 0-9로 대패했던 삼성은 탈락 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형우가 금쪽같은 홈런을 터뜨렸다.

25일 호주 퍼스 히트와의 경기에서 3타수2안타를 때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던 최형우는 26일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날도 첫 두 타석에서 범타에 머물렀으나 6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로 감각을 되찾고 나서 8회 글린의 직구를 받아쳐 펜스 바깥으로 날려 보냈다.

최형우의 홈런 덕분에 삼성은 아시아시리즈 결승에 올라 2위 상금 3억5천만원을 확보했다.

이날 패했다면 상금은 1억5천만원에 불과했기에 최형우의 한 방은 2억원에 버금가는 값어치가 있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홈런 30개를 때리고 타점 118개를 올린 최형우는 장타율(0.617) 타이틀까지 휩쓸어 3관왕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는 투수 4관왕을 이룬 윤석민(KIA)에 밀려 아쉽게 영광을 놓쳤지만 이날 아시아시리즈에서 장쾌한 홈런으로 아쉬움을 훌훌 날렸다.

최형우는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서 좋고 내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더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이어 "어제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투수가 잘 던졌다기보다는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면서 "최선을 다하면 일본 투수들의 공을 때릴 수 있다. 무조건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타오위안<대만>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