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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CEO] 韓·美 FTA, 중소기업에도 기회다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5조달러에 달하는 내수시장과 1조7000억달러의 수입시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 미국 시장과의 각축장에 들어서게 된다는 뜻이다.

한ㆍ미 FTA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212개 상장사 중 무려 67%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2년에는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한ㆍ미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 창출의 무대로 삼아야 한다. 또한 일본과 중국도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좀 더 많은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발효 전부터 철저한 준비로 5년 안에 미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ㆍ미 FTA가 중소기업에 조금은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한때 칠레와 FTA가 체결됐을 당시 칠레산 와인이 싼값에 들어오면 국산 막걸리 수요가 줄고, 결국은 막걸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괴담이 돌기도 했으나 오히려 막걸리 업계는 세계화 전략을 취하며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를 남미로 활발하게 수출시키고 있다. 이 사례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면 더 나은 미래의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국내 내수시장은 중소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과 수익성 약화, 차별화되는 기술 부족 현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앞으로 개방될 미국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 제품의 미국 관세는 0~17% 수준이다. 제조업의 평균관세 2.5%보다 높기 때문에 관세인하 효과를 노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하청기업들도 간접 수출 증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TA가 발효됨으로써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자동차산업. 수많은 중소기업이 포진해 있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우에는 원자재와 부자재를 수입 시 지불해야 했던 4%의 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 완성차업체의 OEM 부품 조달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섬유산업도 전망이 밝다. 최근 면화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폴리에스터 혼방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섬유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섬유 수임율 2위라는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현지 바이어들에게도 친숙하다.

특히 섬유산업 수출업체의 90%가 중소기업인 것을 감안한다면 관련 중소기업은 미국 시장 진출에 대비하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장밋빛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업의 체질 개선이다. FTA로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이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이제 분명한 사실인 만큼 중소기업들은 국제화와 전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경영 기법을 변화시켜야 한다.

차별화되는 기술력을 보유한 혁신형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미국의 주요 산업에 대한 기술 개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미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 맞설 수 있는 혁신능력을 제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독창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한편 한ㆍ미 기술협력 사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양국 기업들의 공동개발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는 등 한ㆍ미 산업기술협력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IT, BT, NT, 첨단 기계장비 및 소재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선진 경영기법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기업과 우리 중소기업 간에 산업협력이 일어나면 제3국으로의 공동 진출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자체의 국제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품 개발도 절실하다. 미국에서 인정하는 인증이나 특허 획득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로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미국현지와의 장벽 제거를 위한 정부 간의 협의 채널 구축도 필요하다. 현지 공략이 어려운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지원수단과 지원 규모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추진시켜야 하며 대미 수출을 희망하는 수출기업화사업을 확대하고 해당 중소기업이 안정적인 수출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진행해 수출저변을 확충해야 우리 기업들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피해가 전망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 전환 지원도 늦춰져서는 안된다. 수입피해 예상 중소기업들은 모거래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수입경쟁에 공동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수입 피해 예상 중소기업에는 신속하게 사업 전환을 권고해야 하며 이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무역조정지원법, 중소기업사업전환지원사업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될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협업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기업들의 새로운 사업 창출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경련과 대한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참여하는 FTA민간대책위원회는 한ㆍ미 FTA에 대해 “유럽연합 EU에 이어 미국 시장에 또 하나의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우리 수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확고히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을 내놓았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ASEAN을 모두 합친 시장보다 커다란 미국과의 FTA. 분명 큰 파급력을 몰고 올 일대 사건이지만 이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이제 본격적인 국제무대의 진입문에 서 있는 우리 기업이 ‘코리안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지금은 좀 더 글로벌한 자세를 갖고 국제화·전문화를 일굴 역량을 발휘할 때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