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ㆍ삼양사ㆍ제일모직 '계륵 사업' 딜레마
SK의 교복, 삼양사의 설탕, 제일모직의 직물. 공통점은 먹을 것은 없지만 버릴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팔아서 정리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큰 수익을 낼 묘책도 없다. 그룹의 출발이고 기반이었던 사업들이 언젠가부터 ‘숨기고 싶은 존재’가 된 사연은 제각각이다.

SK는 교복사업인 ‘스마트학생복’이 고민이다. 학생수가 줄어 교복사업의 수익성도 떨어졌다. SK네트웍스의 교복사업 매출 규모는 800억~1000억원으로 전체 23조5000억원 중 0.5%에 불과했다. 상생과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부정적 여론도 부담이다. 제일모직은 중소 교복업체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이미 14년 전 학생복 브랜드 ‘아이비클럽’을 대원에 매각했고 새한의 ‘엘리트’도 에리트 베이직으로 넘어갔다.

한편에서는 스마트학생복은 SK의 모태인 선경직물이 1970년 학생복 원단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한 사업인 만큼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SK는 지난 8월 교복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5개 중견 의류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가격이 맞지 않아 매각이 성사되진 않았다. SK 관계자는 “교복 원단과 부자재의 구매, 생산, 고객대상 판매 단계에서 200여 중소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무조건 대기업이 무슨 교복사업이냐고 몰아붙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그룹 모태인 설탕 사업에 닥친 악재가 당혹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설탕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CJ와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해 삼양사는 180억원을 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해 올 9월엔 1억5000만원의 벌금까지 선고받았다.

게다가 설탕 사업은 몇년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제당 3사가 지난해 700억원의 적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600억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설탕이 정부의 서민물가관리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국제 원당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직물사업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1954년 직물 제조업체로 설립됐지만 현재 직물 부문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직물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1.6%의 몫은 패션사업부로 통합된지 오래다. 제일모직은 1970년대 패션사업에 이어 1980년대 화학산업, 1990년대 전자재료로 사업을 확장시켜 왔다. 국내 산업 발전에 맞춰 주력 사업을 바꿔오면서 50, 60년대 주력이던 직물은 설 자리를 잃었다.

직물이 저수익 사업이 된 지는 오래지만 제일모직은 생산규모를 줄여가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직물을 모태로 성장 발판을 만들어온 만큼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직물사업은 고부가 소재 위주로 특화시켜 흑자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