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살아있다] 편의점 2배 이상 늘었는데 배송車는 그대로
편의점 훼미리마트의 서울 남부와 경기 일부 지역 배송을 맡고 있는 중부로지스. 이 회사에 소속된 2.5짜리 배송 차량 수는 2008년 45대에서 37대로 17% 줄었다. 커버하던 지역의 일부를 다른 배송업체에 이관하면서 일감을 주던 지입차량도 함께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훼미리마트가 지난 3년간 점포 수를 2000개 이상 불리면서 배송해야 할 점포는 470여개에서 620여개로 증가했다. 지금 배송 차량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편의점 배송을 맡은 업체들이 ‘차량난’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신규 화물차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 2004년 8247개였던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1만9000여개로 2.3배 늘었지만 정부 규제로 같은 기간 영업용 화물차는 한 대도 늘지 않았다.

정부는 2003년 대한민국 물류를 마비시킨 ‘화물연대 파업’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화물차 공급 과잉에 있었다고 판단, 등록제였던 사업용 화물차 면허 취득제도를 허가제로 바꾼 뒤 일반 영업용 화물차에 대해선 지금까지 신규 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개인 용달차 중에는 일감이 없어 노는 차량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배송업체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면허 매입이나 용달차 끌어안기가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배송업체 관계자는 “1대당 100만원에도 못 미쳤던 2.5짜리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 프리미엄이 신규 면허 발급이 중단되면서 지금은 150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며 “차값을 포함한 전체 차량 구입비가 5000만원에 달하는 데다 향후 (신규 면허 발급이 이뤄지면) 프리미엄이 추락할 수도 있는데 누가 쉽게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송업계는 “용달차주 상당수는 고령인 데다 ‘나홀로 영업’에 익숙한 탓에 지켜야 할 규정과 업무량이 많은 편의점 배송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편의점협회는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에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대형마트 등에 배속된 소형 화물차는 주로 생활필수품 배송에 활용되는 만큼 이들에 대해선 증차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냈다.

공급 과잉 상태인 5 이상 수송용 화물차는 현행대로 증차를 막되 1~5짜리 배송용 화물차는 현실을 반영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