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읽는 경제] 외국인 직접투자, 유엔 "늘었다"…한은 "줄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최근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로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월 한·유럽연합(EU) FTA가 성사된 데 이어 미국과의 무역 장벽을 허물면서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통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중국은 한국과의 FTA를 서두르는 기색이다. 지난달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방한해 한ㆍ중 FTA 추진을 촉구했고 내년 한ㆍ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FTA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실제 올해 외국인직접투자금액(FDI) 중 순유입액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FDI 통계가 UNCTAD 기준 이외에 한국은행 기준으로도 작성되고 있다. 한은 기준으로 지난해 FDI가 1억5000만달러가량 해외에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주식의 1억7155만여주를 사들이면서 2조6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해외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반면 UNCTAD 기준으론 지난해 68억7300만달러가 FDI 순유입금액으로 파악됐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한은과 UNCTAD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매년 새로 투자되는 금액만을 FDI수치에 반영한다. 반면 UNCTAD는 외국인들이 기업들에서 생겨난 이익을 배당받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둔 것 자체가 이미 해당 기업에 ‘재투자’할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해마다 생기는 사내유보금을 FDI 수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한은과 UNCTAD의 기준이 다르다보니 UNCTAD에 매년 FDI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지경부는 한은과는 별도로 FDI 수치를 다시 작성하고 있다.

한은도 UNCTAD 기준으로 FDI 작성 방법을 바꾸는 것을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UNCTAD 기준이 좀 더 투자자들의 의중을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통계 작성의 까다로움과 인프라 구축 등의 이유 때문에 시간을 두고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