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주가조작에 과징금 부과 말라고?
"시세조종으로 인한 이익을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고,과징금 부과 등 제재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1 증시 건전 포럼'에서는 지능화되고 있는 주가 조작에 대한 처벌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 교수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를 뿌리뽑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죄형법정주의보다 '징벌적 제재'를 꼽았다.

법학자가 '법'보다 '주먹'을 강조하는 것은 주가조작 사건을 사법적 절차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행위에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종 정부안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관련부처 중 한 곳인 법무부가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측은 "주가조작은 과징금을 물려 끝낼 사안이 아니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으로 넘어간 수많은 주가조작사건의 결말을 보면 이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LG그룹 '방계 3세'인 구모씨의 최근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씨는 1,2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의 중형을 받았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3심에서는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으로 형량이 대폭 낮춰졌다. 수많은 주가조작사건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을 들어왔다. 사법당국의 의지문제가 아니라 시세조종으로 옭아매기에는 법적,제도적,행정적 제약이 너무 많아서다.

주가조작은 피해자가 수많은 투자자인 데다,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깨뜨린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죄에 상응하는 징역 벌금 등의 처벌을 내리는 게 법리상으로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가조작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정보기술(IT) 발달로 법망을 피하는 온갖 시세조종이 판을 치고 있다.

연간 150건 이상의 시세조종 사건이 검찰 등으로 넘어가지만 형사처벌된 것은 드문 이유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과징금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법조계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및 시장질서란 대의명분은 그 어떤 이유로도 밀려나선 안 된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