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 간의 재송신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전국 400만가구에 대한 고화질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케이블 업체들의 연합체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23일 "KBS MBS SBS 등 지상파 3사와 진행해온 재송신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며 "24일 낮 12시부터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재송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블 가입자 1500만가구 중 디지털방송을 보고 있는 400만가구에 대한 디지털 지상파 방송 송출이 전면 중단된다. 다만 저화질의 아날로그 방송은 계속 송출된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케이블TV 업체 사장들이 23일 밤 늦게까지 협상을 위해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근처에서 기다렸지만 지상파 대표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지상파 3사가 상황을 파국으로 이끌었다"고 비난했다. 이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김인규 KBS 사장 등 지상파 방송사 사장들에게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을 종용하기 위해 별도로 연락을 취했지만 대부분 휴대폰을 꺼둔 채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대표들이 방통위 수장의 말조차 듣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라 당분간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블 업계와 지상파 3사는 지상파 재송신료 부담 문제를 놓고 법적 소송을 포함해 몇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케이블 업체들에 대해 저작권료 명목으로 별도의 재송신료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케이블 업체들은 지금까지 무료로 해왔던 재송신에 대해 대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