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통과 이후] 미국산 혼다 어코드ㆍBMW X시리즈…車값 확 낮춰 상륙 준비
한 수입차 업체 임원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23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미국 차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메이커의 미국산(産) 자동차 가격도 함께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한 · 유럽연합(EU) FTA 발효에 따른 유럽발(發) 자동차 가격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 것이란 얘기다.

한 · 미 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먹거리 창출이 더 수월해졌다"며 글로벌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전자 기계 섬유 화학 등 주요 수출 기업도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 시나리오 점검에 나섰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치 · 사회적 논란과 진통 끝에 FTA 비준안을 처리한 만큼 기업들은 FTA의 과실을 끌어내는 의무를 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차 신 모델투입 · 가격인하

한 · 미 FTA가 발효되는 내년부터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관세가 현행 8%에서 4%로 인하되고 2016년부터 완전히 사라진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관계자는 "컴패스와 그랜드체로키 등의 가격인하를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코리아는 연비가 좋은 소형 신모델을 들여올 예정이며 조만간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인하 폭은 차종별로 100만~15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ㆍ미 FTA 통과 이후] 미국산 혼다 어코드ㆍBMW X시리즈…車값 확 낮춰 상륙 준비
미국 차는 그동안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2007년 이후 5년간 크라이슬러는 1만5603대를,포드는 1만4391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일본과 유럽차가 각각 15만대가량을 판 것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비가 뛰어난 소형차를 개발하고 가격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본 · 유럽차도 공세 강화

한국도요타는 지난달부터 미국산 미니밴 '시에나'를 수입,판매 중이다. 내년 초 미국산 캠리를 들여온다. 엔고(円高) 탓에 일본에서 만든 차를 수입하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였다.

일본업체들은 'made in USA' 자동차의 한국 판매를 더욱 확대할 움직임이다. 한 · 미 FTA를 가격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올해 말 출시하는 CR-V까지는 일본산으로 들여오지만 내년 가을에 론칭하는 신형 어코드부터는 미국산을 수입할 계획"이라며 "현재 모델들도 점차 미국산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닛산 인피니티도 내년부터 스포츠유틸리차량(SUV) JX를 미국에서 들여오기로 했다.

BMW코리아는 미국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X3와 X5,X6 모델의 가격인하를 검토 중이다.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인하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도약기회 만들어야"

이날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업체와 부품 업체의 해외 동반진출 활성화 협약식에 참석한 1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은 "한 · 미 FTA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GM 협력업체인 이원솔루텍의 최범영 회장은 "부품업체의 수출은 미국의 현대 · 기아차 공장과 미국 자동차업체로 공급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며 "부품업체와 현대 · 기아차는 함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부품사의 수출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노삼성 부품업체인 동원테크 류동엽 대표는 "단순 부품 수출을 넘어 지식재산권까지 수출할 수 있으므로 효과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41억3000만달러로 연간 50억달러에 육박한다. 내년부터 수출관세(최고 4%)가 즉시 폐지되면 부품업체는 연간 2억달러 규모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자금력과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들은 한 · 미 FTA를 계기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단순한 부품업체에서 벗어나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최진석/전예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