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거품 빠지자 뭉칫돈 몰려…IPO 6년 만에 최대
지난 8월 이후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비교적 뜨거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증시 상장 기업은 78개로 2005년 이후 최대가 될 전망이다. 9월까지의 공모금액(신주 발행 기준)도 2조원에 육박했다. 상반기엔 증시 호황이,하반기엔 공모가의 거품이 빠진 것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이 공모가 거품 빼기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모주 투자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IPO 기업 수 2005년 이후 최대

공모가 거품 빠지자 뭉칫돈 몰려…IPO 6년 만에 최대
22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수는 78개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와 투자회사,재상장 업체 등은 제외한 수치다. 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YG엔터테인먼트까지 합치면 올 들어 신규 상장된 기업은 63개다. 연말까지 GS리테일과 인터지스(유가증권시장),사파이어테크놀로지와 티브이로직(코스닥) 등 공모 일정이 잡힌 기업이 15개 더 있다.

올 IPO 기업 수는 작년보다 1개 늘어나 2005년 80개 이후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IPO를 하면서 신주를 발행해 조달하는 금액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3분기 IPO 공모금액(구주매출 제외)은 1조9578억원에 달했다. 대한생명 등 '대어'가 몰렸던 작년 1~3분기(3조6513억원)를 제외하면 2조2783억원이 모였던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이마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신세계인터내셔날 골프존 등 굵직한 종목들이 시장에 나온 덕분이다.

공모주 열풍은 하반기 들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이후 테크윙 티브이로직 등 8개 기업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의 상단을 뚫었다.

22일 사파이어테크놀로지 공모가는 희망 범위(5만5000~6만5000원) 상단인 6만5000원에 결정됐다. 일반 청약에서 신흥기계씨엔플러스가 10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청약 열기도 뜨겁다.

◆공모가 거품 빼기도 요인

IPO는 보통 5,6월과 11,12월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연말 · 반기 실적을 반영하려다 보니 상반기는 5월 초,하반기는 10월 말부터 증권신고서가 몰리게 된다. 이로 인해 2,3월과 7,8월은 IPO 비수기로 꼽힌다.

올해는 계절적 요인보다 떠도는 여유자금이 공모시장을 달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및 유럽발 재정위기로 증시가 불안정하고 부동산 경기가 움츠러들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자금이 공모시장으로 몰렸고,이를 겨냥한 기업들이 IPO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현영 대우증권 상무는 "최근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자 공모주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수요가 많아지니 기업들의 IPO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많다. 상반기에는 증시 호황에 힘입어 IPO가 활발했다. 8월 이후엔 변동성 장세가 연출됐지만 코스피지수가 1800대를 회복하자 기업들이 다시 공모시장에 나왔다는 것.조양훈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서암기계공업과 같이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때 상장을 철회했다가 재도전하는 회사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내년에도 공모가 거품 빼기가 지속되고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들이 공모시장에 나올 예정이어서 IPO 기업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