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력대란, 대책도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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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사태는 필연…시작일 뿐
싼 전기요금이 근본적 원인…전력거래소 한전 통합 대안 안돼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싼 전기요금이 근본적 원인…전력거래소 한전 통합 대안 안돼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은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권을 한전으로 이관토록 하는 법안 발의에 전원 서명했다. 배경은 간단하다. 전력거래소가 수요예측을 잘못한 탓에 지난번 9 · 15 단전사태가 발생했고,조직분리에 따른 혼선 없이 더 유능한 한전 인력이 계통을 책임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경위원들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10년 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한전의 계통운영인력을 떼내 설립한 것이 전력거래소다. 그 이후 한전에는 계통운영인력이 없었으므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계통운영을 담당할 인력은 결국 한전으로 적을 옮길 현재의 거래소 인력이다.
수요예측 잘못이 순환단전을 자초했다는 인식도 피상적이다. 전기수요가 폭증하자 가동 가능한 발전설비로 감당 못해 단전한 것을 보고 설비들을 너무 일찍 정비에 투입했다고 나무라고 있다. 그런데 행여 올 겨울 발전기 고장으로 문제가 생기면 여름내 혹사당한 발전기를 제때 정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할 게 뻔하다. 한전이 계통운영권을 행사했더라도 이 사정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단전사태의 원인 진단이 잘못됐다. 낮은 전기요금이 오래 지속돼 생긴 사고인데 국회는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발전소 건설은 장기 전력수요 예측에 맞춰 계획된다. 이 때 전기요금으로 최소한 원가는 회수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너무 낮은 요금이 오래 계속된 탓에 다른 에너지를 쓰다가 전기로 바꾸는 사람이 늘어 전기 수요가 예상외로 폭증한 것이다.
낮은 요금 때문에 폭증한 전력수요를 현재의 발전설비가 끝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발전소 건설에는 가장 짧게 2년이 걸린다. 이번 겨울은 물론 현 설비만으로 가야 하는 앞으로 한동안은 강제 단전을 피할 수 없다. 지난 9 · 15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조만간 터질 일이 좀 일찍 일어난 것일 뿐이다.
정부와 함께 국회도 전력대란 타개의 대책을 제시할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대책이라고 들고 나온 것이 전혀 무관한 조직개편이다. 만약 지난번 사태가 낮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구조 때문이었다면 왜 똑같은 구조를 유지해온 지난 10년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가? 도대체 송변전사업자가 계통운영권을 행사하지 못한 탓에 단전사태를 맞은 해외 사례가 하나라도 있는가? 전력대란을 걱정한다는 국회가 그 동안 한번이라도 낮은 전기요금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가?
한전 독점체제의 전력산업은 10여년 전에 국회 입법으로 경쟁체제를 지향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그 핵심 조치가 시장운영과 계통운영을 관장하는 전력거래소의 설립이었다.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하는 것은 한전 독점이라는 구조개편 이전의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만약 국회가 제안된 법안을 의결한다면 한국은 경쟁체제로 가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배전분할을 무기한 연기한 채 기형적 구조를 방치한 지 8년이다. 국회는 오히려 방치해온 정부의 무책임함을 질타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9 · 15 단전 사태를 기화로 위기타개와 전혀 관계없는 퇴행적 조직개편을 주장한다. 물론 기형적인 현 구조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
그러나 전력대란이 구조와는 무관한데 그 해결책을 찾는 방식으로 조직문제를 언급해서는 결코 옳은 결론을 얻을 수 없다. 국회는 대란의 핵심원인을 직시해 눈앞의 위기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전념하고,조직개편 문제는 전력산업구조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새로운 장에서 진지하게 다루기 바란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지경위원들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10년 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한전의 계통운영인력을 떼내 설립한 것이 전력거래소다. 그 이후 한전에는 계통운영인력이 없었으므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계통운영을 담당할 인력은 결국 한전으로 적을 옮길 현재의 거래소 인력이다.
수요예측 잘못이 순환단전을 자초했다는 인식도 피상적이다. 전기수요가 폭증하자 가동 가능한 발전설비로 감당 못해 단전한 것을 보고 설비들을 너무 일찍 정비에 투입했다고 나무라고 있다. 그런데 행여 올 겨울 발전기 고장으로 문제가 생기면 여름내 혹사당한 발전기를 제때 정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할 게 뻔하다. 한전이 계통운영권을 행사했더라도 이 사정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단전사태의 원인 진단이 잘못됐다. 낮은 전기요금이 오래 지속돼 생긴 사고인데 국회는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발전소 건설은 장기 전력수요 예측에 맞춰 계획된다. 이 때 전기요금으로 최소한 원가는 회수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너무 낮은 요금이 오래 계속된 탓에 다른 에너지를 쓰다가 전기로 바꾸는 사람이 늘어 전기 수요가 예상외로 폭증한 것이다.
낮은 요금 때문에 폭증한 전력수요를 현재의 발전설비가 끝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발전소 건설에는 가장 짧게 2년이 걸린다. 이번 겨울은 물론 현 설비만으로 가야 하는 앞으로 한동안은 강제 단전을 피할 수 없다. 지난 9 · 15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조만간 터질 일이 좀 일찍 일어난 것일 뿐이다.
정부와 함께 국회도 전력대란 타개의 대책을 제시할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대책이라고 들고 나온 것이 전혀 무관한 조직개편이다. 만약 지난번 사태가 낮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구조 때문이었다면 왜 똑같은 구조를 유지해온 지난 10년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가? 도대체 송변전사업자가 계통운영권을 행사하지 못한 탓에 단전사태를 맞은 해외 사례가 하나라도 있는가? 전력대란을 걱정한다는 국회가 그 동안 한번이라도 낮은 전기요금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가?
한전 독점체제의 전력산업은 10여년 전에 국회 입법으로 경쟁체제를 지향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그 핵심 조치가 시장운영과 계통운영을 관장하는 전력거래소의 설립이었다.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하는 것은 한전 독점이라는 구조개편 이전의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만약 국회가 제안된 법안을 의결한다면 한국은 경쟁체제로 가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배전분할을 무기한 연기한 채 기형적 구조를 방치한 지 8년이다. 국회는 오히려 방치해온 정부의 무책임함을 질타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9 · 15 단전 사태를 기화로 위기타개와 전혀 관계없는 퇴행적 조직개편을 주장한다. 물론 기형적인 현 구조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
그러나 전력대란이 구조와는 무관한데 그 해결책을 찾는 방식으로 조직문제를 언급해서는 결코 옳은 결론을 얻을 수 없다. 국회는 대란의 핵심원인을 직시해 눈앞의 위기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전념하고,조직개편 문제는 전력산업구조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새로운 장에서 진지하게 다루기 바란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