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또 흐지부지된 검·경 수사권 합의
1949년에 제정된 검찰청법 제53조는 '경찰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소관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규정한 이 조항은 62년 만인 지난 7월 삭제됐지만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검 · 경의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사지휘권을 방어하려는 검찰과 독자적으로 가지려는 경찰의 싸움은 보수 ·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계속됐다.

지난 7월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개정되면서 논란은 잦아드는 듯했다. '경찰은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면서도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내년 1월1일 발효된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검 · 경의 수사권 조정안을 구체화해서 담을 대통령령이다.

늦어도 다음달 31일까지는 관보에 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내사의 범위,검찰의 수사지휘에 대한 경찰의 이의제기권,전 · 현직 검찰 직원에 대한 수사지휘 문제 등을 둘러싼 견해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모처에서 양쪽 간 '끝장토론'이 있었지만 결론도 못 내린 채 또 한번 흐지부지됐다.

이번 모임은 사흘 일정을 나흘로 늘려 진행됐지만 소용없었다. 국무총리실 주재로 검 · 경 및 법무부의 실무책임자 3명씩이 참가한 합숙토론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대통령령 없이 형소법이 발효될 지경이지만 기소와 수사를 독식하려는 검찰과 이번에야말로 수사권을 가지려는 경찰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행태를 '파워게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 정색을 하고 부인했다.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검 · 경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볼 게 아니라 기형적으로 검찰에 쏠린 수사지휘권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실시되는 '정치의 해'다. 정치적 격변기 때 검찰이 보인 잘못된 행태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의 단초가 되곤 했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란 비판이 억울하겠지만 독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다보면 전체사회의 견제를 받게 돼 있다. 강요에 의해 개혁되기 전에 수사지휘권을 합리적으로 합의 조정해 검 · 경이 조화롭게 힘의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

김선주 지식사회부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