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판 보쉬' M&A로 키워야
정부는 지난 10년간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부품소재산업에 도전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왔다. 모두 2조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했고 그 성과도 적지 않다. 부품소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프랑스,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6위(점유율 4.6%,2009년)로 도약했으며 품목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자동차부품,첨단 화학소재 등으로 고부가가치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 소재분야에서 선진국과 5~6년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으며,핵심 정보기술(IT) 소재는 일본기업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우리 부품산업의 수준은 선진국의 87%,소재산업의 수준은 65%에 그치고 있다. 주력산업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수입을 유발하는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부품소재 분야의 이 격차 구조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국내 부품소재기업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우선 그 영세성에 놀라게 된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 전체 부품소재기업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영세성으로 인해 연구 · 개발(R&D)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고 저부가가치 제품에 매달리게 되며 작은 국내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신제품 개발을 통한 시장진입보다는 종속적 거래관행에 의지한 기존시장 유지에 급급하게 된다.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영세한 데다 국내시장 자체도 작다는 데 있다.

기업이든 시장이든 규모 자체가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이 부품소재 산업의 특징이다. 세계 각국의 부품소재기업들은 인수 · 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세계적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나 미국의 델파이,일본의 덴쇼 등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를 통한 대형화를 꾀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M&A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데 이는 기술개발,설비,인원,조직의 전문화를 꾀할 수 있게 한다. 기업 상호간의 기술,자원,자금의 보완적 결합을 통해 한 차원 높은 경영 효율을 추구할 수 있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기업 M&A는 기술이나 시장 접근에 있어서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문제는 영세한 우리 부품소재기업이 어떻게 M&A를 통해 규모의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시장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이다. 핵심적인 점은 M&A 중개기관의 활용 문제로 보인다. 대부분 M&A 중개기관은 기업으로부터 착수금 내지는 고가의 수수료를 받고 M&A 중개에 나선다. 특히 기술적 접근이 필요할 때에는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요구된다. 고가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해도 M&A가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소기업은 최신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원하는 거래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M&A센터,레코프,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각 지역 지자체나 상공회의소 또는 M&A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민관 협력 아래 정보 부족에 대한 문제를 타개해 가고 있다. 우리 M&A시장도 정보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공공주도의 M&A 정보지원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공공주도의 M&A 거래지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M&A 인프라,인력 그리고 부품소재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 · 축적하고 접근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M&A 전 과정에서 민간에 맡겨서는 활성화가 어려운 부분을 가려내 M&A 시장 활성화의 시발점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품소재 M&A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선 정보부터 제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신장철 < 부품소재투자기관協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