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vs 웅진코웨이, 정수기 광고 '진흙탕 싸움'
LG전자와 웅진코웨이가 LG의 정수기 광고를 놓고 핏대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업계 전체를 깎아내리는 광고를 내리라고 하고,다른 쪽에선 문제없는 광고라고 버티고 있다.

싸움은 LG전자가 지난달 말부터 케이블TV와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내보내기 시작한 정수기 광고에서 시작됐다. LG전자는 '헬스케어 정수기'를 광고하면서 '플라스틱 수조로 받은 물은 먹는 물이 아니라 씻는 물입니다''약품 살균한 물은 먹는 물이 아니라 노는 물입니다'라는 문구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배경으로 욕조에서 목욕하는 여인과 수영장 풍경을 썼다. 경쟁사 정수기는 목욕조나 수영장을 채우는데 쓰는 제품이라는 의미를 은연중에 깔고 있다.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다른 정수기는 모두 먹기 부적합한 물을 만든다는 말이냐"는 게 항변의 요지다. 웅진은 지난 16일 LG전자에 광고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광고가 계속될 경우 업계 공동으로 광고에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대기업의 위상에 맞지 않게 중소기업들이 30년 넘게 영위해 온 업종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2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동종업계 전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비(非)윤리적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LG전자는 2009년 4월 정수기 시장에 진입했으나 웅진코웨이나 청호나이스 등 선발 중소기업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7%대에 불과하다는 게 웅진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오히려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플라스틱 저수조를 고집하는 특정 회사만 이번 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수조를 스테인리스로 만든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했을 뿐 다른 회사 제품이 비위생적이라고 표현하거나 폄훼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LG전자는 2009년 시장에 진입할 때도 비슷한 비방광고를 했었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경영진이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