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구하는 유럽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각국이 앞다퉈 '급전(急錢)'을 구하고 있다. 국채금리가 위험 수위인 7% 근처까지 치솟은 스페인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국채 매입을 애걸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옛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앙골라에까지 손을 벌렸다. 동유럽 헝가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 중이다. 그리스는 돈이 안전지대인 스위스로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17일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ECB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통화 정책 권한을 이양한 것은 공동 통화인 유로화 가치를 잘 수호하라는 의미"라며 "ECB가 유럽의 중앙은행이란 이름에 걸맞게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총리의 갑작스런 발언에 대해 슈피겔은 "ECB가 스페인 국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매입해 국채금리를 낮춰 달라는 요구"라고 분석했다. 총선을 3일 남기고 스페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사파테로 총리가 ECB에 SOS를 친 것으로 해석된다. 사파테로 총리는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에 소극적인 독일을 겨냥해 "현재의 위기는 독일을 포함한 전 유로존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독일의 태도 변화도 주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앙골라를 방문한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가 앙골라에 투자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코엘류 총리는 산유국인 앙골라에 70억달러 규모 포르투갈 국영기업 민영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줄 것을 부탁했다. 유럽연합(EU)과 IMF로부터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은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2.8% 줄어들 전망이지만 앙골라는 12%대의 높은 GDP 증가율이 예상된다.

이 밖에 그리스는 스위스와 탈세 단속을 위한 협정을 맺기로 했다. 탈세를 목적으로 스위스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단속하기 위해서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조치로 600억유로가량의 탈세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IMF의 차관 제의를 거절했던 헝가리는 최근 국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으며 포린트화 가치가 급락하자 18개월 만에 IMF의 지원을 다시 모색하고 나섰다. 헝가리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을 갖추기 위해 IMF와 협상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