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시장효율 vs 물가안정' 경제엔 무엇이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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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통제의 경제학
산업통상부는 12일 최근 중동 상황으로 인한 국내 석유 가격 급등세를 진화하기 위해 13일 0시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 인상을 제한하고 나선 것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처음이다.
-2026년 3월 13일자 한국경제신문-
이란·이스라엘 갈등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자 정부가 시중에 판매되는 석유제품의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습니다.
정유업체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보통 휘발유 최고가격이 리터당 1724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자동차용 경유와 등유는 각각 리터당 1713원, 1320원이 상한선으로 설정됐습니다. 이를 통해 1900원에 육박하던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을 1800원 안팎으로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해 일정한 기준을 정하는 정책을 경제학에서는 ‘가격통제’라고 부릅니다. 가격통제는 크게 최고가격제와 최저가격제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이번 연료유 가격 규제는 최고가격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결정됩니다.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양(수요)과 기업이 생산하는 양(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거나 떨어질 경우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개입해 가격의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최고가격제는 상품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하는 정책입니다. 주로 생필품이나 공공성이 큰 상품에서 시행되지요. 대표적 사례로는 전쟁이나 재난 시기의 식료품 가격 규제,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임대료 상한제 등이 있습니다. 이번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역시 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급등하자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입니다.
기름값은 단순히 자동차 연료 가격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류비와 운송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름값 상승은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정부가 연료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면 소비자는 시장 균형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최고가격제가 항상 긍정적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공급 부족입니다. 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낮게 묶이면 소비자는 더 많이 구매하려 하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 공급을 늘릴 유인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줄어들면 시장에서는 상품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공급은 부족한데 가격은 그대로이다 보니 사람들은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게 됩니다. 공급 부족이 심각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몰래 더 높은 가격을 받고 물건을 파는 암시장 거래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경제학에선 이 과정에서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가격 상한선 때문에 시장에서 원래 이뤄졌어야 할 거래가 사라지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이지요.
공급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정유사가 보는 손실에 대해 검증을 거쳐 재정으로 보전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정유사들이 가격을 통제받지 않는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작년 같은 기간의 수출 물량을 초과해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를 더했습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중손실을 정부가 메꿔주겠다는 것입니다.
가격통제에는 반대로 최저가격제도 있습니다.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못하도록 하한선을 정하는 정책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최저임금제도와 농산물가격지지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고, 농산물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해 농민 소득이 급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가격을 지지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최저가격제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면 생산량이 늘어나 상품이 남게 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가격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조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외부 충격으로 가격이 급변동하면서 국민 생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통제 외에도 기름에 붙는 세금인 유류세를 낮춰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을 낮추거나, 저소득층이나 화물운송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시장 효율성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어떤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지 판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
2. 가격통제 정책의 장단점을 분석해보자.
3. 소비자의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른 대안은 없는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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