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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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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천자 칼럼] 공소시효
    2004년 여름 일본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죽여 자기 집 마루 밑에 묻었던 살인범이 26년 만에 자수했다. 하지만 당시 공소시효 15년을 훌쩍 넘겼던 상태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서류만 송치되고 불기소 처분됐다. 이 살인범은 뻔뻔스럽게도 "사과하라지만 나는 사과할 생각이 없어요. 농담 아닙니다. 그동안 잊고 살았거든요"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인도에서 복역중이던 프랑스계 연쇄살인 용의자 샤를르 소브라주는 1986년 탈옥 후 3주 만에 일부러 붙잡혔다. 형기를 늘려 태국에서 저지른 5건의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를 넘기려는 계산이었다. 스스로 인정한 살인만 20여건이었던 소브라주는 예상대로 태국의 공소시효(20년)가 끝난 후 풀려났다. 그러나 2003년 네팔로 들어갔다가 체포됐다. 네팔 법원은 1975년 카트만두에서 관광객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네팔엔 살인죄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밀워키에서도 공소시효 탓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999년 한 지방검사가 체포하지도 못한 연쇄강간범을 기소했던 거다. 신원 파악은 안됐지만 범인의 DNA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기소가 가능했다.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명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의 감정이 순화되고,범행 증거가 사라져 사실 규명이 어려운데다,불시 기소에 의해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는 것 등이 꼽힌다. 그렇지만 심한 정신적 충격은 시간이 가도 가라앉지 않는다. 이젠 과학수사기법 발달로 오래 전 범죄의 해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살인죄 공소시효가 없는 나라도 꽤 있다. 독일은 계획적으로 살인을 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연방법상 법정형이 사형인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배제된다. 살인 테러 내란죄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수사종료 10년 후 시효가 성립된다. 일본 역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해 사형이 예상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얼마전 공소시효를 없앴다.

    우리도 2008년 25년으로 늘린 살인죄 공소시효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 개구리소년 납치 살해사건,화성 연쇄 살인사건처럼 흉악 범죄가 미제(未濟)로 덮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 지능화하는 것을 감안할 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반인륜 파렴치범에겐 끝까지 죄를 묻는 게 당연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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