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박시환 대법관(58·사법연수원 12기)과 김지형 대법관(53·11기) 대법관이 18일 퇴임했다.

재임 중 ‘진보의 아이콘’으로 소수자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일부에서는 제게 변화와 개혁,소수와 진보 등의 의미를 부여하며 눈에 띄는 확연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제가 이루어낸 소출은 작고 초라하기만 하다”고 말했다.그는 “법원이 다수의 이익과 행복을 좇아 결론내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자,소외된 자,약자의 행복이 그 대가로 지불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대법원이 소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당부했다.그는 “다수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면서도 동시에 소수자와 함께 가슴아파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못한다면 법원은 다수자들만의 법원에 머무르게 된다”며 “그 바깥으로 밀려난 자들은 버려진 사람으로 남아 하소연할 데 없는 아픔을 품고 잊혀진 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또 “소수자,약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소수자,약자의 처지에 공감을 하는 분들이 법관 속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최고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을 대변하는 분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며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추구를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지방법원 부장판사로서 대법관 선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을 떠났던 제가 2년만에 대법관으로 법원에 복귀하는 일은 저로서는 무척 곤혹스럽고 민망한 일이었다”고 임명 당시를 소회하기도 했다.

김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국민 신뢰를 위한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그는 “어느 사회가 법관과 법원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그 사회는 매우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믿음은 법관과 법원이 사적 정의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정의로움을 스승삼아 올바르게 나아갈 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또 “지금의 우리 사회가 법관과 법원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을지 모른다”며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 법원은 기꺼이 더 많은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