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알뜰주유소용 유류 공급입찰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3개사가 참여했지만 결국 유찰됐다고 한다. 정부에 등떼밀려 응찰한 정유사들이 손해는 볼 수 없다며 정부의 기대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정부의 소위 알뜰주유소 정책이 비판받는 것은 이 정책이 기어이 국내 유류 시장을 망가뜨리고 말 것이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쟁시장에 뛰어들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4~6%나 조정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다. 마켓셰어 1%에 기업들이 목숨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 것이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가는 원동력이다.

석유공사라는 공기업이 동원된 것도 그렇다. 공기업 경영이 정부 손아귀에 있고, 더구나 손실을 보면 메워준다. 이런 공기업이 시장실패 상황이 아닌데도 시장에 나와 민간과 치고받는다면 무엇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30년 전 SK에 팔아치운 대한석유공사(유공)를 부활시켜 유가고시제나 주유소허가제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얘기나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석유공사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정유사에 대한 부과금 징수 권한, 석유제품 판매가격 보고, 비축의무 준수 여부 확인 등의 우월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막강한 지위의 공기업이 정유사들로부터 내밀한 가격정보까지 받아가며 땅 짚고 헤엄을 치겠다니 이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다. 여기에 기름까지 납품하라니 정유사로선 기가 찰 것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의 실효성도 문제다. 어느 정유사가 유류공급권을 낙찰받더라도 언제까지 손실을 봐가면서 기름을 공급할 수도 없다. 시장에는 수많은 가격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지식이 반영돼 있다. 누구도 이를 흉내낼 수 없다. 정부가 특정 제품의 시장점유율이나 가격에 개입하면 그 결과는 전체 가격결정 시스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시대착오적인 기름값 통제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름값 개입은 두고두고 이명박 정부의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