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프랜드' 뭐기에…삼성-애플 끝장승부
삼성전자와 애플이 다음달 국내 법정에서 스마트폰 특허와 관련해 '프랜드(FRAND)' 문제를 놓고 대접전을 벌인다. 삼성이 모든 기업에 차별 없이 대가를 받고 사용을 허가해야 하는 표준특허에 대해 애플이 정당한 사용료를 주기로 했느냐가 쟁점이다. 삼성은 앞서 애플과의 독일 특허소송에서도 프랜드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유리한 판단을 받은 터라 글로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1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다음달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변론기일에 분쟁 대상인 특허 5개 가운데 표준특허 4개에 대해 프랜드 문제를 논의한다. 표준특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표준화기구가 정한 규격에 따라 기업이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특허다.

애플은 이들 4개 특허에 대해 프랜드 원칙에 따라 삼성에 사용료를 주기로 하고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특허 로열티 등 영업비밀이 노출되는 만큼 방청객을 모두 퇴정케 하고 재판을 진행하도록 재판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애플은 "삼성이 정당한 특허 사용 요구를 거절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은 "애플이 터무니없이 낮은 사용료를 제시했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장원 하나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소송의 핵심은 결국 프랜드를 준수하는 적정한 특허 사용료가 얼마냐 하는 점"이라며 "표준특허라도 특허권자에 적정한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면 특허 침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특허소송의 경우 가처분에서는 애플이,본안소송에서는 삼성에 유리하게 나왔다. 지난 11일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서 열린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소송 재판에서 재판부는 "프랜드를 적용하더라도 특허를 사용하려는 애플이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며 자국의 1989년 '오렌지북' 판례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네덜란드 필립스가 표준특허를 가지고 독일 SK카세텐이라는 기업에 승소했던 독일 대법원 판례다. 만하임 지법이 내년 1월 예정된 판결에서 삼성 손을 들어주면 아이폰4S 등 주요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와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이 내려질 수 있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지난달 14일 삼성의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당했다. 헤이그법원은 "삼성전자가 최근까지 몇 년간 애플에 로열티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가처분 신청이 필요할 만큼 사안이 시급하지 않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은 재판 과정에서 2.4%의 사용료를 요구했지만 애플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특허를 사용하고 있음은 명백한 만큼 가처분과 달리 시간을 두고 판단할 수 있는 본안소송에서는 삼성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9개국에서 삼성 특허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변호사들은 지난달 화상회의를 열고 "오렌지북 판례 등을 볼 때 본안소송에서는 삼성이 유리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애플은 삼성의 표준특허가 아닌 특허도 사용하고 있어 프랜드 문제가 아니라도 특허침해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랜드(FRAND)

fair,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의 약자.국제 표준기술로 지정된 특허는 다른 기업에 배타적이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사용권을 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통신기술의 경우 국제 표준은 국제통신연합(ITU)과 유럽 전기통신표준협회(ETSI)가 결정한다.


임도원/조귀동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