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 엊그제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186만주)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환영할 일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액수를 떠나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또 하나의 자극이 될 것이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이라며 정치적 언급은 일절 피했다. 하지만 그는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대선 출사표라는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기부라면 금액에 관계없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김밥 할머니가 행상으로 어렵사리 모은 50억원을 불우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내놓고,사업 실패 경험이 있는 익명의 독지가가 서울 중구청에 10㎏짜리 쌀 100포대를 놓고 갔다는 소식은 우리들의 팍팍한 삶에 던지는 한줄기 햇살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은 김문수 경기지사의 말마따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원장의 바람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한다면 갈등과 반목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를 다시 화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시점에서의 기부라면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300억원대 전 재산을 기부키로 약속했고 이 약속을 지켰다. 최근에는 정몽준 의원이 20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 원장의 기부가 더해지면서 거액 기부가 마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일종의 면허증이나 자격증 혹은 통과세로까지 비쳐지는 판국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덕목은 결코 기부가 될 수 없다. 공명정대한 정치, 활기찬 경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임무다. 사회의 온갖 난제를 개인의 선의나 도덕심으로 풀 수도 없다. 법치의 토대 위에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판이 존재하는 사회시스템을 갖췄을 때 가능한 일이다. 기부와 같은 선의는 평소에 베풀어야 아름다운 법이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돈보따리부터 풀어야 한다면 실로 나라의 수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