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영토를 넓힐 한·미 FTA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85%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4%에 달한다. 1964년에 한국의 총수출액은 1억달러였다. 13년 뒤인 1977년 100억달러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고 18년 뒤인 1995년에는 수출액이 1000억달러에 달했다. 올해엔 수출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해 마침내 세계에서 9번째로 총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한국은 GDP 1조달러,증권시장 시가 총액 1조달러,무역 1조달러라는 '트리플 1조달러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부존자원이 별로 없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법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주요 교역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왔다. 2004년에 발효된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세안(동남아연합) 회원국 10개국,유럽 자유무역연합 4개국(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스위스),싱가포르,인도,유럽연합(EU · 27개국),페루 등 모두 44개국과의 FTA를 성사시켜 한국 상품과 서비스 수출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론] 경제영토를 넓힐 한·미 FTA
지난 7월1일자로 발효된 한국 · EU 간 FTA는 세계 최대시장인 유로존을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개방시킴으로써 한국 상품과 서비스의 EU 시장 진출을 한층 더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U의 평균 관세율은 5.6%로 다른 선진국,예컨대 미국의 3.5%보다도 더 높은데,그동안 한국 상품에 부과해온 10~17%에 이르는 수입 관세를 EU가 폐지하면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경쟁국들보다 15~20%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의회(상 · 하원)에서 비준된 한 · 미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의 대미수출은 연간 10% 이상 증가하고 33만6000명의 고용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 · 미 FTA는 향후 10년간 한국의 GDP를 5.7% 증가시키고 연평균 27억7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실현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61%가 한국의 경제 영토로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수출은 498억1600만달러,수입은 404억300만달러로 총교역액이 902억190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94억1300만달러 흑자였다. 2010년 한 · 미 양국의 자동차 교역실태를 보면 미국차 수입은 7450대인 데 반해 한국차(주로 현대 · 기아차)는 무려 53만8228대에 달했다. 한국으로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미국시장을 FTA 발효로 더욱 확대시켜 나가야 함은 재고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는 한 · 미 FTA 발효로 일부 농축산 농가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한 · 미 FTA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전 세계 2500여건의 투자협정 대분분에 포함돼 있고 한국이 체결한 81건의 투자보호협정과 6건의 FTA에도 들어있는 것이다. 유독 한 · 미 FTA에서만 안된다는 것은 비논리적인 억지 주장이다. 이 조항은 한국의 대미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최근 5년간 한국의 대미 투자는 220억달러였고 미국의 대한 투자는 88억달러여서 한국이 이 조항을 없애면 한국의 대미 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렵게 된다.

비단 한 · 미 FTA뿐만 아니라 주요 교역국과의 FTA는 한국에 불이익보다는 이익을 가져다 주고 한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길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지 반대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김동기 < 고려대 경제학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