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와 '뇌관' 격인 이탈리아에서 새 총리가 선출됐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둘러싼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정치적 장애물이 사라졌지만 재정위기가 심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곳곳이 지뢰밭

이번엔 스페인 '살얼음판'…국채금리 6%대 급등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루 새 0.37%포인트 급등하면서 또다시 6%대(6.11%)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국채 금리가 6%대를 넘은 것은 올해 8월 초 이후 3개월 만이다. "투기자본이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타깃을 바꿨다"(닉 스타멘코비치 RIA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지적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불안이 이어졌다. 1조9000억유로 규모의 거대한'부채'에 짓눌리고 있는 이탈리아는 내년에 250억유로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새 총리가 등장했지만 위기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 배경이다.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지난 3분기에 106억유로 규모 손실을 본 것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 재무부가 발행한 30억유로 규모 5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6.29%)도 지난달(5.32%)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15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또다시 '위험 수위'인 연 7%를 돌파했다.

프랑스는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일 대비 0.04%포인트 오른 3.42%를 기록했다. 긴축재정 모범국으로 불리던 포르투갈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새 걱정거리를 안겼다.

이 밖에 9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2% 감소해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이 '유로화 사용을 포기할 수 있도록' 정강을 마련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확신 못 주는 대응카드

유럽 각국은 여전히 '시장을 안심시킬' 확실한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1월 첫주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 규모도 45억유로로 10월 마지막주(95억유로)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럽 방화벽의 '실탄'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독일이 '유럽을 구한다'는 레토릭만 내놓을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유럽을 구제할지 여전히 입장이 모호하다"며 "유로존 맹주가 계속 혼선된 메시지를 보내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무질서 예방'을 명분으로 조만간 신용평가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