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위 실종사건
여당 정책위원회의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내 쇄신 바람이 불면서 정책위의 핵심 부의장들이 사실상 사퇴한 데다 쇄신그룹이 정책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여당의 정책 혼선도 우려된다.

14일 열린 당 · 정 · 청 정책 협의회에 당에선 이주영 정책위 의장만 참석했고,김성식 · 정태근 부의장은 불참했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두 부의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한 지난 9일 이후 다른 정책위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두 부의장은 이 의장이 사퇴를 만류한 뒤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정책 현안에서 손을 뗐다.

두 부의장이 정책위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당 정책 기능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김 부의장은 지난 5월부터 민생 예산 등을,정 부의장은 중소기업 상생 문제 등을 각각 챙겨왔다. 앞으로 내년 4월 총선까지 이런 분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의장은 "기존 당정 협의론 한계가 있다"며 "쇄신 관련 정책은 직접 쇄신그룹에서 낼 것"이라고 했다.

당장 정책 불협화음이 나온다. 쇄신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생애 첫 주택구입자들이 주택 대출을 받을 때 제로금리로 해주자는 정책을 내놨다. 당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정책위에 건의했다.

하지만 정책위는 이날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이 정책은 부부합산 연 소득이 3000만원이 안 되는 가구가 주택가격 3억원 · 전용면적 85㎡(33평형) 이하의 집을 사면 1억원까지 대출해주고 대출금리를 정부가 소득공제 형식으로 보전해주자는 내용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와 협의를 한 결과 세수 감소액은 연 1000억원가량 되면서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적고,저소득층에게 연 2%의 금리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