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수출 주력제품의 가격이 내린 반면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 3분기 상품 교역조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빠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78.7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9% 떨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4분기(75.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물건 1개를 수출해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으로 2005년(100 기준)이 기준연도다. 2005년에는 물건 100개를 수출해 100개를 수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 3분기에는 100개를 수출해 78.7개만 수입할 수 있을 만큼 교역조건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악화된 것은 수출단가가 수입단가보다 급등한 탓이다. 3분기 수출단가지수는 석유제품 화공품 등이 상승했지만 반도체 등 수출 주력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9.5%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수입단가지수는 원유 등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21.5% 올랐다.

순상품교역지수 조건이 악화됐지만 수출 물량이 급증한 덕분에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개선됐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