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무기 격납고에서 낮게 날아가는 스팅어 미사일을 다시 빼들었다. "

한 달여 만에 공식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우즈가 호주오픈에서 3위에 오르자 골프위크 인터넷판은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우즈는 호주오픈 마지막날 시드니의 더레이크스GC 14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잡은 데 이어 17번홀(파5)에서는 두 차례의 아이언샷으로 '2온'을 하며 '골프 황제'의 위용을 과시했다. 우즈와 동반플레이를 펼친 애런 배들레이는 "그가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가장 큰 변화는 우즈의 샷에 파워가 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에서 벗어난 우즈는 과거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샷을 선보이며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파격적인 스윙 교정

호주오픈에서 우즈의 스윙을 눈여겨 보면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스윙할 때 어드레스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임팩트시 어드레스 자세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골프 이론에서 거의 불변의 진리에 가깝다.

그러나 우즈는 과감한 변화를 줬다. 어드레스 자세를 유지하지 않은 채 임팩트하는 모험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그의 스윙을 보면 임팩트 순간 머리가 어드레스의 원래 자세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와 있다.

왼쪽 사진처럼 백스윙할 때는 어드레스 상태의 머리 위치가 유지되지만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머리 위치가 떨어져 '헤드 다운' 상태가 되고 그 자세로 임팩트하고 있다. 벙커샷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스윙 이론을 뒤흔들어놓을 만한 파격에 가깝다.

◆'헤드 다운'으로 '파워 업'

골프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이 '헤드 업'이다. 마찬가지로 '헤드 다운'도 미스샷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머리 위치가 변경되더라도 임팩트 시점이 달라지지 않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우즈가 '헤드 다운'을 하는 이유는 샷에 파워를 싣기 위한 것이다. 우즈의 스윙 코치인 숀 폴리는 골프다이제스트 12월호에서 "잃어버린 파워를 되찾기 위해 머리의 자세를 낮췄다"고 공개했다.

폴리는 "머리 위치를 어드레스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스윙하는 것은 거리를 손해보는 것"이라며 "높이 뛰기 전 움츠렸다가 도약하듯이 스윙하기 전 머리를 낮추고 몸을 웅크리면 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12㎝가량 자세를 낮추면 이상적인 스윙의 '로 포인트(low point)'를 찾을 수 있고 볼에 상당한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몸을 움츠려 근육 활용도 높여

머리를 낮춘다는 것은 결국 몸을 움츠린다는 얘기다. 몸을 움츠리면 임팩트시 근육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릎을 굽히면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지고 골반도 엉덩이를 회전시킬 여유가 더 생겨나 파워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

폴리는 "당신의 발 아래에 바나나가 깔려 있다고 상상하고 다운스윙을 하면서 이를 짓이기는 마음으로 스윙을 하라"고 조언했다.

임진한 프로는 "호주오픈에서 전처럼 과감하게 겁없이 샷을 하는 모습이 되살아난 것 같다"며 "그래도 선수가 한 번 리듬과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즈로서는 연간 2~3승 정도 하면 베스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