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욱서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최근 옷을 벗고 새 둥지를 튼 곳은 법무법인 다래다. 다래는 국내 변호사 숫자가 15명에 불과한 소형 로펌이다. 그러나 세계 2만여개 로펌을 대상으로 순위를 평가하는 영국의 '체임버스 앤드 파트너스'로부터 2008년부터 4년 연속 '지식재산권 분야 최고 로펌'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특허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구 법원장의 경력에 다래 측도 구미가 당겼음은 물론이다.

한 건의 특허분쟁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아 특허분야가 로펌의 캐시카우(수익원)가 되고 있다.

◆특허출원 늘고 분쟁은 대형화

국내 특허분쟁 年4000건…"큰 件 하나가 로펌 1년 매출"
특허분쟁은 글로벌화 · 대형화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해외 특허분쟁 건수는 2006년 47건에서 2009년 두 배가 넘는 106건으로 늘어났다. 외국기업들은 특허분쟁에 대비해 한국 내 특허출원을 늘리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동안 출원된 특허 13만2937건 가운데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의 비중은 23.1%(3만731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22.2%)에 비해 약 1%포인트 늘었다. 김명섭 특허청 대변인은 "의약,바이오,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기업들은 우리나라를 필수적으로 특허를 출원해야 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쟁 규모도 대형화하는 추세다. 박찬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특허 수가 5만8000개로 추산돼 향후 시장이 확대되면 자동차 업체와 특허괴물(특허소송을 주 업무로 하는 기업)을 망라하는 특허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특허분쟁 年4000건…"큰 件 하나가 로펌 1년 매출"
◆로펌,법원,기업에 특허열풍

특허 전문 인력은 상한가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달 처음으로 전직 특허심판관 등 2명을 스카우트했다. 김앤장은 국내 변호사 40여명과 변리사 130여명,미국 변호사,기술고문 등 총 600여명의 관련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이 로펌 전체 인력 2200명의 27%로 최대 수준이다.

기업들도 특허 전문 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LG인화원과 공동으로 글로벌 특허분쟁에 대비해 특허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지재권 칼리지'를 신설했다. 모든 특허담당 직원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초급과정부터 전문과정까지 세분화했다.

판사들도 특허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재권 분야 판결을 전담하는 서울고법 민사4부의 이기택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전문분야별로 세미나를 하는데 지재권 분야는 회원이 350명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병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