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훔쳤습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교도소가 나을 것 같아요. " 미국에서는 이런 자포자기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의 일부 교도소들이 모텔식 영업에 나서고 있다.

재소자들에게 '감방 사용료'를 받는가 하면 치약과 칫솔 등 생필품을 돈을 받고 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또 하루 두끼만 제공하는 등 각양각색의 재정난 극복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이나주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주정부가 재정난으로 지원금을 대폭 줄이자 최근 교도소가 재소자들에게 하루에 142달러42센트씩 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CNN머니가 10일 보도했다. 매년 교도소를 거쳐가는 6만여명의 재소자들로부터 생활비를 거둬들여 300만~500만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재소자별로 지불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생활비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안,재정상태에 따라 출소 후 매월 할부 형식으로 갚아나가는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에겐 출소 후 채권추심을 할 예정이다. 완전파산 상태인 사람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상대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안을 제안한 제프 스톤 카운티 감독관은 "교도소를 거쳐가는 재소자들 가운데 돈을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25% 정도"라며 "이들에게서만 감방 사용료를 받아도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산 상태인 재소자도 많지만 음주운전 등으로 수감된 재소자들은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재정지원이 감소하면서 미국 지방정부들이 재정위기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앨라배마주 최대도시 버밍햄의 제퍼슨 카운티가 미국 지방정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4개 지방정부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교도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영교도소의 경우 대부분 교도소 내에서 사용되는 생필품들을 돈을 내고 사도록 하고 있다. 재소자들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휴지,칫솔,치약 등을 구입한다. 생필품 가격은 비교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노역을 통해 받는 임금으로 물건을 살 수도 있지만 50시간을 일해야 치약 하나를 살 수 있는 경우도 있어 결국 개인 돈을 써야 한다. 텍사스주에선 지난 4월부터 재소자들에게 주말에 제공되는 식사를 하루 세끼에서 두끼로 줄였다. 조지아주의 캠든 카운티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재소자들을 소방수로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시설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소자가 늘어나자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여성 재소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가택 연금 방식으로 형기를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기업들이 재소자들을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로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재소자 노동자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재소자 노동자들이 개발도상국 출신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낮고 고용보험이 필요없으며,조합을 결성하거나 파업을 벌이지 못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소자들의 인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궁핍한 상태로 지불 능력이 없다"며 "감방 사용료 프로그램은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