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한 '전쟁의 神' 마르스
2006년 9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군신(軍神)'의 이름을 딴 펀드가 등장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투자펀드(PEF)인 '마르스1호'다. 마르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이듬해 2호가 설립된 마르스PEF는 이름에 걸맞은 공격적인 투자로 화제를 모았다. 유가증권시장의 샘표식품과 경기도 용인의 골프클럽 레이크사이드CC를 적대적 인수 · 합병(M&A)의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설정 5~6년이 지났지만 투자원금 회수조차 불투명하다.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우리투자증권이 섣부른 모험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만 입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망한 '6년 전쟁'의 끝

올해 초 우리투자증권은 샘표식품으로부터 굴욕적인 제안을 받았다. "마르스1호가 갖고 있는 샘표식품 주식을 평균 매입가에 되사줄 테니 그만 손을 털고 나가라"는 것이 요지였다.

마르스1호는 지난 6년간 263억원(주당 평균 1만8008원)을 투자해 샘표식품 지분 32.98%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적대적 M&A를 통해 샘표식품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존 최대주주와 사사건건 맞서기도 했다. 11일 샘표식품의 종가는 1만4950원.마르스 1호는 16.98%(44억원)의 손실만 입었다. 적대적 M&A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발을 빼자니 원금도 건질 수 없다.

샘표식품 고위 관계자는 "사면초가에 놓인 마르스1호가 지분 매입을 먼저 제의해 왔다"고 주장했다. 마르스1호 측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M&A업계 관계자는 "지난 6년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전략이 노출돼 적대적 M&A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마르스1호로서는 결국 투자원금이라도 회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크사이드CC도 투자 손실 전망

레이크사이드CC에 투자한 마르스2호도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정사업본부 지방행정공제회 산은캐피털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마르스2호의 출자금 규모는 4500억원.이 중 2700억원을 투자해 골프장 지분 47.5%를 확보했다. 당초 50% 이상을 사들인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달성하지 못했다.

레이크사이드CC의 추정가는 회원제 18홀이 3000억~4000억원,퍼블릭 36홀이 8000억~9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매각만 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은 감정가의 절반에도 잘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침체기에 1조원이 넘는 경비를 들여 골프장을 매입할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국방부는 회원제 18홀의 매입가로 2000억원을 제시해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마르스2호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는 "적대적 M&A가 실패하면서 기존 최대주주에 최소 수익금을 보장하고 매각하는 조건이 붙어 마르스2호가 챙길 매각대금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일했던 우리투자증권

마르스1,2호가 적대적 M&A를 시도한 회사는 형제간 불화가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지분 24.1%를 박승재 전 샘표식품 사장으로부터 매입했다. 박 전 사장은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의 동생으로 1997년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이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레이크사이드CC 지분 47.5%를 마르스2호에 넘긴 윤태일 씨 역시 동생인 윤대일 레이크사이드CC 대표와 지분을 놓고 소송까지 벌였다.

이 틈새를 파고들면 적대적 M&A가 가능할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패다. 한 관계자는 "마르스PEF의 실패는 국내에서 적대적 M&A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주인 없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안일한 접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