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취업박람회의 로스쿨생 인파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평사원으로 취업할 수도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대학 졸업자가 고졸 채용에 지원하는 격 아닌가요. "(우리투자증권 관계자)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로스쿨 취업박람회'.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과 한국기업법무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오전부터 로스쿨 학생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강남기 한국기업법무협회 조사연구팀장은 "사전 신청을 700명 정도 했는데 실제로는 1000명가량이 왔다"고 설명했다.

전체 로스쿨의 3학년 정원이 2000명이니 절반 정도가 온 셈이다. 멀리 제주도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처음에는 1 대 1로 상담했는데 학생들이 하도 많이 몰려서 나중에는 한꺼번에 7명을 상대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상담받는 시간보다도 줄 서는 시간이 더 많았다. 경희대 로스쿨의 인석진 씨(35)는 "한 부스에서 1시간30분 동안 줄서 기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부스에서는 "내가 먼저 줄 서 있었다"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로스쿨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은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원광대 로스쿨의 김모씨(42)는 "한 대형 로펌과 중형 로펌에서 부스를 마련했는데 중형 로펌 부스에 줄이 더 길었다"며 "로스쿨 학생들의 자격지심이 느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사법고시 출신과 비교해 차별할지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참가 기업들은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채용계획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기 팀장은 "기업들도 앞으로 법무 직원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는데,어떻게 채용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광대의 김씨는 "로스쿨 설립목적 가운데 하나가 고시공부로 낭비되는 고급 인력을 줄이자는 것이었는데,이렇게 가다간 그 목적은 일단 실패할 것 같다"며 행사장을 나섰다. 당장 내년부터 또 한 분야 고급 인력들의 대량 실업사태가 예고된 셈이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