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람 속의 사람 보기
취업이 어려운 것은 어디에서나 들어보는 걱정거리다. 장성한 자녀가 직업이 없어 집을 떠나지도 못하고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물론 그 부모에게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큰 고민거리다. 교육을 많이 받은 자녀를 둔 가정도 차이가 없다. 구인 광고가 나오면 자격자보다 훨씬 우수한 자원들을 포함해 구름떼 같이 많이 몰려온다.

변호사 업계도 마찬가지다. 몇 달 뒤면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법연수원 수료생들도 직장을 찾아 나온다. 군 복무를 마친 변호사 자격자들도 나온다. 이렇게 많은 변호사들이 한꺼번에 나오면 과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앞으로 어떻게 되나 모두들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벤처기업 하듯 의기투합해 시장성 있는 법률서비스를 하겠다고 삼삼오오 모여 의논하기도 하고 구인 광고를 열심히 뒤적인다는 말들이 들린다.

로펌도 고민스럽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지만 학력,성적,자기소개서,이런 서류들이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별로 없다. 면접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어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하고 틀에 박힌 형식으로 표현한다. 과연 이 사람이 변호사로서의 적성을 충분히 가졌는지,특기가 무엇인지,인물 됨됨이가 어떠한지,열정을 가졌는지 참으로 알기 어렵다.

새내기 변호사를 채용해 보고 어린 변호사가 노련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동감하는 것이 있다면,누군가 말했듯이 일 잘 하는 사람보다 일 좋아하는 사람이 낫고,그보다도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낫다고 하는 말이다. 일 잘 하는 사람도 세월이 가면서 그만두기도 하고,일 좋아하는 사람도 이런 저런 사연으로 다른 길을 가기도 하지만,일을 열심히 하면서 즐기는 사람은 오랫동안 어려움과 시련을 감내하면서 최고의 실력가로 자라나게 된다.

일찍이 한 우물을 열심히 파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인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일찌감치 한 방향으로 뜻을 세우고 한눈 팔지 않고 매진하면서 꾸준히 정진한 사람이 결국은 최고의 전문가로 우뚝 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러다 보니,면접을 할 때 지원자가 마치 로펌 변호사를 하려고 태어난 것처럼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지만,그 태도나 표정,인상,대화의 내용을 뛰어넘어서 지원자가 그동안 살아온 삶과 사람됨을 엿보고 과연 이 사람이 평생 변호사 일을 즐겁게,그리고 열심히 할 적성이 있는지,한 분야에 마음을 정하고 매진할 뚝심 있는 인물인지를 열심히 가늠해 본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은 언제나 매우 어려운 일임을 실감한다.

윤용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ysy@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