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법조 산책] 대법관과 골프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의 골프회원권 4개가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부부가 여유 자금으로 새 회원권을 취득하면서 기존 것을 처분키로 했는데 시세가 폭락해 처분이 늦어지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대법관들은 한두 달에 1회 정도 대법관끼리 라운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고위 법관들의 취미생활에 뭐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법관들 간에도 소득격차가 상당하며,중도에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법관들의 상당수는 경제사정 때문인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선다.

내년 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15년차 김모 판사는 연봉이 9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5년 더 근무해야 대형 로펌 1년차 변호사와 월급봉투 두께가 비슷해진다. 변호사 개업을 고민 중인 그에게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관예우 방지책으로 자주 언급하는 평생법관제 얘기를 꺼냈다가 무안만 당했다. 지금 같은 임금체계로는 돈 많은 판사들만 정년까지 남을 거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의 쥐꼬리수입 덕에 평생법관제가 정착된 일본에서 전관예우의 해법을 모색해볼 수는 있겠다.

판사들 가운데는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사법연수원까지 '수석' 꼬리표를 달고 다닌 수재들이 주변에 하도 많다 보니 웬만해선 명함도 못 내민다. 또 한 번 수석은 영원한 수석이다. 김 대법관 후보자도 '수석' 인생이 청문회에서 언급됐다. 대법관될 판사는 평판사 시절부터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돈 많은 수재 엘리트들만 고위 법관으로 남게 될 것이다. 양 대법원장이 출범시킨 법관인사개선위원회가 이런 고민들에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병일 법조팀장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