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손학규…지지율 5% 밑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사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10% 중반까지 갔던 지지율은 5% 미만까지 떨어졌다. 반등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장 경선 패배와 당 대표직 사퇴번복 사태 이후 당내 장악력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야권 통합도 방법론을 놓고 백가쟁명식 주장만 난무한 채 진전이 없다. '안철수 바람'에 범야권 대권주자로 가는 길도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야권 통합이 안 되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손 대표의 '조건부 불출마'설로 민주당은 2일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 했다. 손 대표의 일부 측근이 "야권 통합이 안 되면 미래가 없는데 대권 출마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조건부 불출마'설을 흘려 논란이 커졌다. 손 대표 측은 "야권 통합에 손 대표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당권과 대권 두 카드를 양손에 쥐겠다는 '꼼수'아니냐"는 당내 반발이 쏟아졌다. '조건부 불출마'시 대선 1년 전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당헌에 구애받지 않아 오는 12월1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손 대표로서는 당 대표직을 유지한 채 야권 통합 작업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현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대권 도전을 향한 길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조건부 불출마'를 고민케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는 손 대표의 '조건부 불출마'에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다. 당장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종걸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통합을 위한 자기 희생도 아니며 당을 위한 살신의 결단도 아니다. 오직 12월 전당대회 시점에 임박해 대권도,당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꼼수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대표직에 도전하는 박지원 의원은 "야권 통합만 바라본 채 12월 전대를 내년으로 넘기면 당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며 예정대로 12월 전대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이용섭 대변인이 나서 "야권 통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의미하는 것이지 조건부 대선 불출마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교수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당 안팎에서는 잠재 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정치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직을 그만두면 허허벌판에 서는 상황인 만큼 야권 통합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인데,방법론이 악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