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I시장 안방 내줄 정부정책
지식경제부는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소프트웨어(SW) 분야에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전략'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전산시스템 통합사업(SI)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삼성SDS,LG CNS,SK C&C 등 65개 대기업 계열 SI업체는 공공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전면 제한한다는 것이다.

2011년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분류된 그룹의 SI 계열사 중 빅3로 불리는 삼성SDS와 LG CNS,SK C&C가 공공 SI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3개 기업은 전체 매출의 25% 안팎을 공공 분야에서 올리고 있다.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대기업 계열 SI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을 해왔고,이런 시장 환경에서 중소기업이나 전문기업이 육성되기 어려웠다"면서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하겠으나 그 방식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

우선 글로벌 SI업체들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BM이나 오라클,SAP,시스코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가 유럽발 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오히려 국내 SI 대기업들을 역차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내부거래 비중을 줄였던 기업들엔 오히려 타격을 입히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기업들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중소기업이 국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글로벌 SI기업들과 경쟁하게 되는 꼴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다이아몬드 모델을 보면,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할수록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이 자원도 부족한 국가들에서 특정 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성공을 거두는 이유이다. 자연스럽게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맷집을 키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도 잘 버텨낸다는 논리이다. 이미 규제가 있는 상태에서 그 규제를 더 강화한다는 것이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실효성도 의문이다. 정말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고 싶다면,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 같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정부의 입찰제도를 최저가 방식에서 선진국처럼 가격적인 측면도 고려하되 성과나 품질 등 기술수준을 고려하는 식의 합리적 방안들을 모색해봐야 한다.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조달에서는 중소기업을 포함한 컨소시엄 형태를 구축해 입찰케 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평가에 있어서도 참여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방안 등을 제시하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문제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키느냐에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잘못된 진단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논의보다는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책만 강화하고 있다. 동반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대기업과 종소기업이 서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보호보다는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야 한다. 대 · 중소기업 상생관계도 단기적인 관계가 아닌,진정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인 기업 생태계가 절실한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강하고 건강한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의 경쟁자보다는 대기업의 모자란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기술력과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정부가 국민인기에 영합한 로빈후드식 정책이 아닌 창의적이고 사려 깊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준수 < 서강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