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이 민주당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 Investor State Dispute) 폐기 요구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이미 보편화된 제도인 ISD를 핑계대며 FTA 비준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보면 구한말 통상과 개항을 그토록 반대했던 위정척사파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나라를 결국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말았던 시대의 무지며 퇴행적 세력이었던 척사파의 길을 기어이 걷겠다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야당은 ISD가 우리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한 · 미 FTA의 독소조항인양 호도하고 있지만 이것부터가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기업이 상대국 국가의 정책 때문에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ISD는 어느 일방의 손해나 양보를 강요하는 게 아닌, 호혜적 투자협정을 위한 제도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쉽게 말하면 국내법에서도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몰수했을 때 보상규정 등 합당한 절차를 규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런 제도인 것이다. ISD가 전 세계 양자간투자협정(BIT) 2676개 중 무려 2100여개에 포함될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맺은 협정을 보더라도 ISD는 한 · 미 FTA만의 특별한 사항이 아니다. 칠레 싱가포르 인도 등 우리가 맺은 모든 FTA에 이 조항이 들어가 있고,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중국 등과의 투자협정에도 포함돼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가 체결한 85개 투자협정 가운데 81개가 ISD를 채택했을 정도다.

야당의 억지는 이뿐이 아니다. 호주가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제외한 것을 들어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호주는 경제구조 자체부터 우리와는 판이하다. 기본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석탄 철광석 등 자원을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다. 외국인 투자도 60%가 자원 개발에 집중돼 있다. 그런 호주를 해외수출과 개방체제로 살아가는 우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야당은 또 ISD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미국 기업의 제소로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되고 말 것이라고 겁을 잔뜩 준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투자대상국을 제소한 108건 중 야당이 제시한 몇몇 승소 사례보다 패소 사례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또 공익 목적의 정책은 ISD 대상에서 배제된다.

최근의 투자 흐름을 보면 ISD는 오히려 우리가 먼저 주장해야 할 제도다. 2006년 이후 우리의 대미 투자액은 미국의 대한 투자액의 2.5배에 달해 미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위해서라도 ISD와 같은 안전장치가 꼭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야당은 ICSID가 미국의 영향력이 센 세계은행 산하기구여서 한국에 불리하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ISD 제소시 ICSID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에 우리를 포함해 147개국이 가입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억지도 나름의 근거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ISD는 독소조항도 문제조항도 아니다. 어느 나라 투자자든 동일하게 보호한다. 거의 대부분의 투자협정, FTA가 ISD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말해주고 있지만 이는 학문적으로도 전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참여정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그들은 당시 한 · 미 FTA 평가위원회 보고서에서 "이미 우리가 체결한 대부분의 경제 협정에 ISD가 포함돼 있어 새로운 중대한 도전이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협정 속에 정당한 ISD 규정을 삽입해 우리의 대외투자를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민주당이 지금은 ISD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한 · 미 FTA만의 독소조항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오로지 반미라는 정략적 목적에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지력이 100년 전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던 위정척사파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