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대·기아車 형제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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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프랑크푸르트/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
"한지붕 아래 사는 식구라도 집밖에선 경쟁자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기아자동차 유럽총괄법인에서 만난 한 임원이 현대자동차를 두고 한 말이다. 이곳에서 불과 15분 떨어진 마인강 건너편의 오펜바흐에는 현대자동차 유럽총괄법인이 있다. 기자가 현대차 직원들과 자주 교류하느냐고 묻자 "같이 밥은 먹어도 업무 얘기는 절대로 안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형과 동생으로 비유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는 '남보다 못한(?)' 사이다. 1999년 합병 당시 플랫폼 공유,부품 공용화를 통해 생산과정에서는 협력이 이뤄졌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상호 '경쟁'과 '견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아차 유럽법인 직원들이 현대차 직원을 철저히 외부인으로 대하는 모습이 이를 입증했다. 기아차 측의 한 직원은 "돔 형태의 천장이 열리도록 설계된 디자인 실험실이 있는데,가끔 회의차 현대차 사람들이 올 때도 문을 잠그고 내부를 천으로 덮어 보안을 유지한다"고 귀띔했다. 김선영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은 "여기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분리해서 생각해 달라"며 "유럽 사람들도 같은 계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의 현대차 대리점에서도 두 회사의 라이벌 의식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는 대리점 앞에 세워진 보증수리서비스 '5년 트리플 케어' 간판을 들어보이며 "기아차가 지난해 실시한 '전 차종 7년 보증제'보다 더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기아차는 요즘 고객서비스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조심스레 동향을 물어오기도 했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은 현대 · 기아차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지난 9월까지 현대 · 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총 51만3042대를 판매,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를 돌파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9.4%,기아차는 7.8% 판매가 늘었다.
물론 상호 협의와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의 전장터가 바로 자동차 시장"이라는 정몽구 회장의 지론처럼 현대 · 기아차는 내부 경쟁을 통해 강해지고 있다. 현대 · 기아차가 튼튼해진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강국,유럽에서 한층 선전하길 기대한다.
전예진 프랑크푸르트/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기아자동차 유럽총괄법인에서 만난 한 임원이 현대자동차를 두고 한 말이다. 이곳에서 불과 15분 떨어진 마인강 건너편의 오펜바흐에는 현대자동차 유럽총괄법인이 있다. 기자가 현대차 직원들과 자주 교류하느냐고 묻자 "같이 밥은 먹어도 업무 얘기는 절대로 안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형과 동생으로 비유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는 '남보다 못한(?)' 사이다. 1999년 합병 당시 플랫폼 공유,부품 공용화를 통해 생산과정에서는 협력이 이뤄졌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상호 '경쟁'과 '견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아차 유럽법인 직원들이 현대차 직원을 철저히 외부인으로 대하는 모습이 이를 입증했다. 기아차 측의 한 직원은 "돔 형태의 천장이 열리도록 설계된 디자인 실험실이 있는데,가끔 회의차 현대차 사람들이 올 때도 문을 잠그고 내부를 천으로 덮어 보안을 유지한다"고 귀띔했다. 김선영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은 "여기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분리해서 생각해 달라"며 "유럽 사람들도 같은 계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의 현대차 대리점에서도 두 회사의 라이벌 의식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는 대리점 앞에 세워진 보증수리서비스 '5년 트리플 케어' 간판을 들어보이며 "기아차가 지난해 실시한 '전 차종 7년 보증제'보다 더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기아차는 요즘 고객서비스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조심스레 동향을 물어오기도 했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은 현대 · 기아차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지난 9월까지 현대 · 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총 51만3042대를 판매,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를 돌파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9.4%,기아차는 7.8% 판매가 늘었다.
물론 상호 협의와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의 전장터가 바로 자동차 시장"이라는 정몽구 회장의 지론처럼 현대 · 기아차는 내부 경쟁을 통해 강해지고 있다. 현대 · 기아차가 튼튼해진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강국,유럽에서 한층 선전하길 기대한다.
전예진 프랑크푸르트/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