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환율개입 효과 '하루천하'?
아사히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엔고를 막기 위해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10조엔(150조원)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종전 기록이었던 지난 8월4일의 4조5000억엔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시장을 뒤흔드는 효과는 컸다. 시장개입 당시 75엔대 중반이던 엔 ·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79엔대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엔화 가치 하락 기세는 다음날 곧바로 수그러들었다. 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78.03엔까지 뛰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선 슬금슬금 '한계론'이 고개를 들었다. 일본 정부의 단독 개입만으로는 엔고(高) 추세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과거의 경험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일본 정부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총 네 번의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작년 9월15일에는 2조1000억엔을 쏟아부었다. 이날 하루 동안 엔화 가치는 최고치 대비 2.63엔까지 내렸다. 그러나 한 달을 못 채우고 다시 원래 환율로 되돌아갔다.

지난 8월의 경험도 비슷했다. 4조5000억엔이라는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약효는 딱 6일간만 지속됐다. 예외적으로 지난 3월18일 이뤄진 시장개입은 효과 지속 기간이 긴 편이었다. 일본 정부의 비용도 적게 들었다. 주요 7개국(G7)과 공동으로 시장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 7000억엔가량을 투입했고 엔화 가치는 3엔가량 하락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개입도 선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화는 세계 주요 기축통화 중 하나인 만큼 다른 선진국과의 공조 없이는 모든 전선을 방어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주요 선진국들이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그동안 엔화 강세를 이끈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도 엔고에 베팅하는 근거다.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의 '실언'도 엔화를 추가 약세로 이끌지 못한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76,77엔대는 적정한 환율이 아니다"며 "구미 선진국과 공동 개입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상정하는 방어선은 대략 78엔 선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버린 것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