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잡스 같은 성공모델 키우려면 인재양성 패러다임 확 바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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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앞둔 이주호 교과부 장관
학생들 기업가 정신 필요…창업교육 우수 대학에 재정지원 확대할 생각
100세시대 재교육 확대…4050 뉴스타트 프로그램, 조기퇴직자 재기 도울 것
학생들 기업가 정신 필요…창업교육 우수 대학에 재정지원 확대할 생각
100세시대 재교육 확대…4050 뉴스타트 프로그램, 조기퇴직자 재기 도울 것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50)은 "우리나라는 인재대국의 면모를 이미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우리는 어려웠을 때 교육의 힘으로 일어섰다"며 "입시 위주 교육과 사교육 문제를 조금만 잘 변화시키면 세계 최고의 인재대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재포럼(11월1~3일)을 앞두고 'MB교육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 장관을 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집무실에서 만나 인재강국을 위한 정책 구상과 대학 및 교육 개혁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미래 인재가 갖춰야할 자질은 무엇일까요.
"창의성과 문제해결 ·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자기주도적 인간(self-driven people)이 필요하죠.글로벌 감각과 시민의식,적성과 자질에 따라 꾸준히 자기를 계발하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
▼교육을 통해 이런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복안은 있습니까.
"지나치게 많은 교과목 수를 줄이고 수준별 이동수업이 가능한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는 등 창의적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 예술 스포츠 독서교육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과학 수학 기술 공학 예술 교과 간 연계교육을 통해 융합적 사고를 기르도록 할 계획입니다. "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나오려면.
"다양한 자극과 경험 기회를 주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교실수업을 팀 프로젝트와 토론 등 참여와 자기주도적 학습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어요. 잠재력있는 학생들에게 심화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영재학교,영재교육원 등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
▼한국이 아시아 지역 인재들의 용광로와 허브 역할을 하려면.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고등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연구 논문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교육기부 등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죠.유럽의 대학생 교류제도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과 같이 고등교육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간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
▼ 오마바 미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높게 평가했는데.
"경쟁력과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겁니다. 초 · 중등학교 취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대학 진학률도 80%에 가깝죠."
▼마이스터고가 주목받고 있는데 성공비결은.
"취업 의지가 확실한 학생들이 입학했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도 산업수요 맞춤형으로 바꿨죠.2학년생 3600명 중 63%인 2265명이 기업과 채용협약을 맺었습니다. 내년 첫 졸업생 100% 취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봐요. "
▼입시부담을 줄이려면 국어 영어 수학 비중을 낮춰야 할텐데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국 · 영 · 수가 수준별 시험(A · B형)으로 개편됩니다. 수능 비중이 줄고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면 학습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입니다. "
▼'물수능(쉬운 수능)'이 변별력 상실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대입 정책은 수능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EBS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사교육 없이도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원칙이죠.대학들이 학교생활기록부와 체험활동,면접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학생을 뽑고 있어 수능이 쉬워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
▼대학 총장직선제를 둘러싼 논란이 많습니다.
"1991년 도입된 국립대 총장직선제가 초창기 대학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교수들이 정치화되고 지나친 복지 공약으로 재정이 낭비되는 등 폐해가 많아요. 총장직선제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
▼구조조정에 대한 대학들의 반발이 심한데요.
"대학 구조조정은 어느 분야보다 어려워요. 대학 개혁은 MB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준비해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추진하면 개혁은 못하죠.2년간 졸업생 취업률,학생 충원율 등 지표를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해 예산을 차등 지원했어요. 대학들이 적응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봅니다. "
▼이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을 텐데요.
"쉽지는 않지만 좌절할 정도는 아니에요. 여론의 지지도 많구요. 소통과 현장,데이터를 중심으로 교육 행정을 처리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 데이터가 가장 객관적이죠.평가 결과 하위 15%에 속한 구조조정 대상 대학들은 공시된 지표로 정한 것입니다. 누가 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입니다. "
▼예술대학과 예 · 체능계 비중이 높은 대학들은 취업률 산정에서 불리하다고 항변합니다.
"예술대가 억울하다고 하지만 전임교원 확보율 등에서 다른 대학에 비해 유리한 측면도 있어요. 다만 구조조정 지표는 일부 보완할 계획입니다. 취업률의 경우 건강보험데이터베이스(DB) 기준에서 내년부터는 국세청DB와도 연계해 1인 창업자나 프리랜서 등을 포함할 예정입니다. "
▼교내 취업이 '취업률 부풀리기'에 악용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학도 중요한 취업기관 중 하나입니다. 교내 취업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죠.다만 편법적 · 일시적으로 취업시키는 것은 안됩니다. 조사를 벌여 취업률을 속인 대학이 드러나면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나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에 지정할 방침입니다. 취업자로 인정하는 교내 취업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감사원이 최근 대학 감사를 끝냈는데.
"대학 구조조정은 지표에 의한 평가와 감사의 두 갈래로 진행됩니다. 감사 결과 문제가 많은 대학으로 판단되면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나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에 지정될 것입니다. "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방안은 없을까요.
"대학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해 인력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해야 합니다.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도 구직에서 창업으로 확대해야 하죠.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창업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대학 창업교육 · 창업 활성화 방안'을 만들고 있어요. 창업실적과 창업 관련 강의 개설 현황을 공시하도록 해 재정지원과 연계할 생각입니다. 내년에 선정할 50개 산학협력 선도대학에 기업가정신센터를 설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평생교육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지난해 기준 3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0.8%에 크게 못 미칩니다. 40 · 50대 조기퇴직자를 위한 '4050뉴스타트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평생학습 중심대학 및 선도대학을 육성해 맞춤형 재교육 기회를 늘릴 계획이에요. 시 · 도 평생교육진흥원 설립을 지원하고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도 추진하겠습니다. "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의 주제가 '100세 시대의 인재'인데요.
"현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주제입니다. 앞으로 평생직장과 평생직업의 개념에서 벗어나 노동시장과 교육기관을 자주 오가며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평생취업 시대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인재포럼이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내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막 대학 구조개혁이 시작됐어요.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 이주호 장관은 '박세일 사단'으로 정치 시작…MB정부 교육정책 밑그림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79학번)에서 학사 · 석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경제학)를 받았다.
현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간사를 맡아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그렸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교과부 1차관을 거쳐 작년 8월 말 장관에 취임했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