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유주의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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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영 < 국회의원 ychin21@na.go.kr >
몇 년 전 내 생각을 정리한 책을 쓰면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유주의자의 세상읽기'로 제목을 정했다. 그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나 자신을 자유주의자로 말했다. 나는 자유주의라는 말을 좋아했다. 학문적 의미는 학자에게 맡길 일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나의 선택일 수 있다. 이 시대에 자유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자유주의는 18세기에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상의 큰 물줄기로 흐르고 있다. 시대에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로나 또는 사회민주주의로 주장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자유주의의 기본 전제는 '미래발전에 대한 확신감,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개인의 자율성 강조,공동체의식의 옹호'라 해도 좋다. 그 때문에 국가도 개인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한 기구이며 사회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세상에 고착된 사상은 있을 수 없다. 사상이 고착되면 쓸모가 없어진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라도 유연성 없이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비극만 잉태하게 된다. 사상도 이념도 오늘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사상 때문에 빚어진 비극을 우리처럼 경험한 나라도 흔치 않다. 식민지 통치기에 지도자들의 이념 분열이 민족분열을 가져왔다. 냉전이데올로기는 끝내 민족분단으로,전쟁으로 치달렸다. 사상은 항상 시대에 맞게 다듬어져야 한다. 현실에 적실성을 지녀야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자유주의에도 마찬가지다. 18세기 중엽 자유주의를 처음 주장한 애덤 스미스도 산업자본가계급이 새로운 생산력의 담당자로 등장하던 그 시대 그 사회의 논리를 대변했을 뿐이다.
1880년대 토머스 힐 그린은 자유주의의 목표가 자유사회의 실현임을 선언했으며, '~에서 벗어난 자유'로부터 '~를 이룩하는 자유'를 주장한 적극적 자유론을 내놓았다. 그 당시 스미스의 시장체제도 점점 자기조절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경제적 거대함에 의해 빚어진 시장 독점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하층으로 내몰고 있었다. 불완전한 경쟁체제가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사상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되고 되새겨져야 한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일어나야 한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시장에서 정부의 간섭을 몰아내자고 주장했다면,힐 그린의 근대적 자유주의는 정부의 되돌아옴을 내걸었던 셈이다. 오랜 역사와 함께 보다 나은 행복을 추구해온 선인들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는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까. 힐 그린을 선택할 경우 과연 지금 우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만큼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아니면 시장의 자기 조절기능에 모든 것을 다 맡겨놓아도 괜찮은가.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선택이야말로 우리 시대 자유주의자가 직면한 최대의 번민이자 책임이다. 시대를 읽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진 영 < 국회의원 ychin21@na.go.kr >
이 세상에 고착된 사상은 있을 수 없다. 사상이 고착되면 쓸모가 없어진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라도 유연성 없이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비극만 잉태하게 된다. 사상도 이념도 오늘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사상 때문에 빚어진 비극을 우리처럼 경험한 나라도 흔치 않다. 식민지 통치기에 지도자들의 이념 분열이 민족분열을 가져왔다. 냉전이데올로기는 끝내 민족분단으로,전쟁으로 치달렸다. 사상은 항상 시대에 맞게 다듬어져야 한다. 현실에 적실성을 지녀야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자유주의에도 마찬가지다. 18세기 중엽 자유주의를 처음 주장한 애덤 스미스도 산업자본가계급이 새로운 생산력의 담당자로 등장하던 그 시대 그 사회의 논리를 대변했을 뿐이다.
1880년대 토머스 힐 그린은 자유주의의 목표가 자유사회의 실현임을 선언했으며, '~에서 벗어난 자유'로부터 '~를 이룩하는 자유'를 주장한 적극적 자유론을 내놓았다. 그 당시 스미스의 시장체제도 점점 자기조절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경제적 거대함에 의해 빚어진 시장 독점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하층으로 내몰고 있었다. 불완전한 경쟁체제가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사상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되고 되새겨져야 한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일어나야 한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시장에서 정부의 간섭을 몰아내자고 주장했다면,힐 그린의 근대적 자유주의는 정부의 되돌아옴을 내걸었던 셈이다. 오랜 역사와 함께 보다 나은 행복을 추구해온 선인들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는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까. 힐 그린을 선택할 경우 과연 지금 우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만큼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아니면 시장의 자기 조절기능에 모든 것을 다 맡겨놓아도 괜찮은가.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선택이야말로 우리 시대 자유주의자가 직면한 최대의 번민이자 책임이다. 시대를 읽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진 영 < 국회의원 ychin21@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