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정신분열증, 매일 먹기 번거로운 약 이젠  한달 1회 주사로  ‘OK’
‘정신분열증’이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보통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위험한 행동을 할지 모르고, 지적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은 일반적 편견과 달리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고 관리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한 만성 질환의 일종이다.

정신분열증은 인구의 1%가량이 겪는 정신질환이다. 환청, 망상, 연관 없는 주제로 사고가 진행되는 와해증상, 감정적 반응 감소, 실어증 등이 주 증상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완치하기는 힘든 질환이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질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주변의 편견이다. 또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아 약을 먹기를 거부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정신분열증은 재발이 반복되면 뇌가 점점 망가지면서 치료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호전됐던 환자라도 1년 이내 70% 이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분열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발 방지이며, 재발은 약물 복용 실패에서 온다.

최근 한 달에 한 번 주사로 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 약이 나왔다. 한국얀센의 인베가서스티나(성분명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사진)이다. 인베가서스티나는 주사를 한 번 맞으면 약효가 한 달간 지속된다. 매일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건강한 인생] 정신분열증, 매일 먹기 번거로운 약 이젠  한달 1회 주사로  ‘OK’
여러 병원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인베가서스티나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재발을 줄이고 정신병원 입원율을 감소시키며, 치료 반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정신분열증 치료약은 보통 매일 복용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기가 어려워 환자들의 재발 위험이 높았다”며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치료 효과가 오랫동안 유지돼 환자들의 재발과 재입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신분열증은 보통 10대~20대 초반에 발병한다. 따라서 재발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면 환자 개인적으로 큰 행복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재발과 입원이 반복되면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분열증이 처음 발병한 환자의 39.9%는 1년이 못 돼(301일) 의료급여 1종으로, 25.9%는 의료급여 2종으로 전락한다. 또 직접비만 따졌을 때 국내 의료비용의 1.6%가 치료비로 투입되고 있으며, 간접비까지 포함하면 2005년 기준 연간 3조251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한 인생] 정신분열증, 매일 먹기 번거로운 약 이젠  한달 1회 주사로  ‘OK’
권준수 서울대의대 교수(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발환자 치료비는 안정기 환자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환자를 입원 중심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재발을 막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다.

한편 정신분열증이란 병명 자체가 어감이 안 좋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의견에 따라 병명을 ‘조현병’으로 바꾸는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병으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를 통해 조화롭게 하면 현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듯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정신분열증 환자의 치료는 약으로 환자의 행동을 마비시키고 격리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급성기를 제외하고는 입원이 필요 없으며, 약을 매일 먹지 않아도 한 달간 약효가 지속되는 주사제까지 개발된 상황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