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넘는 中企 참여…삼성 "5년간 거래 유지"
이르면 연내 매각 끝날 듯
삼성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IMK) 매각 작업이 3개월 만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르면 연내 매각작업이 끝날 전망이다. 삼성 입장에선 '대기업 MRO 사업 진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MK,인터파크 품으로
삼성이 IMK를 매각하기로 한 건 지난 8월1일.중소기업과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확대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삼성이 밝힌 매각 취지였다. 갑작스런 결정이었던 터라 IMK 지분매각 작업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삼성은 IMK 매각 발표 직후 중소기업중앙회에 인수의사를 타진했다. 중기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들을 끌어모아 인수전에 뛰어들면 동반성장이란 매각 취지에 맞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중기중앙회는 "직접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며 사실상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 그레인저 등 외국계 MRO 회사들이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중소기업들의 반발도 거셌다. 우여곡절 끝에 IMK 매각 윤곽이 잡힌 건 지난달 초.인터파크와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인 에스에프에이,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 가운데 인터파크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다. 1996년에 인터넷 쇼핑몰 1호 기업으로 출발해 2000년에 G마켓을 설립해 B2C 오픈마켓(온라인 장터) 사업 경험이 있는데다 2009년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팔아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컨소시엄 구성도 막강했다. 벤처기업협회와 회원사인 100개 중소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데 이어 글로벌 사모펀드 H&Q를 재무적 투자자로 확보해 자금조달 우려도 덜어냈다.
삼성 관계자는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중소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기 동반성장이란 IMK 매각 취지와 가장 맞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인수대금 등 매각 조건은?
인터파크가 IMK를 최종 인수하게 되면 B2C에 이어 B2B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이상규 인터파크 비즈마켓 사장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쌓은 오랜 노하우에 IMK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B2B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인터파크가 G마켓 매각 대금을 고스란히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인터파크가 인수대금으로 얼마를 써냈는지에 쏠린다. 삼성은 인터파크가 IMK를 인수한 뒤에도 그룹 내 계열사들과 거래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MK는 1만1000개사와 MRO 거래를 하는데,매출의 90%가량을 삼성 계열사와 1차 협력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다. IMK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92억원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IMK와 거래관계를 끊으면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소 5년 이상 IMK와 MRO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정액 이상의 매출을 담보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IMK 지분 가운데 10% 안팎을 팔지 않고 계열사들이 일정기간 보유하는 방안도 인터파크 측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삼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IMK 지분 58.7% 가운데 48%가량만 인수하면 된다. 48%의 지분을 사들이려면 24일 종가(1만9150원) 기준으로 3300억원이 든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종 인수가격은 4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란 추산이 우세하다.
◆삼성,MRO 논란에서 벗어날까
IMK 매각으로 대기업 MRO 사업에 대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이다. 삼성은 이번 매각으로 대기업 MRO 사업 진출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벤처기업협회는 "인터파크의 IMK 인수로 중소 · 벤처기업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베어링협회 등 MRO 관련 소상공인 단체들은 '그룹 계열사와 1차 협력사 외에는 MRO 사업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삼성의 당초 약속이 지켜질 것이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아닌 인터파크가 IMK를 인수한 뒤 공격적인 판로 개척에 나설 경우 또 다시 MRO 사업영역을 둘러싼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삼성이 MRO 사업 운영주체는 아니더라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태명/좌동욱/조미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