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對리비아 '동반자 전략' 구축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와 함께 리비아 내전(內戰)이 끝났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또 다른 중동의 독재 정권이 막을 내렸다. 산유국인 리비아 정권이 무너지면서 중동의 정치 및 경제 그리고 세계 경제에도 또 다른 전환점이 마련됐다. 세계 각국은 리비아 사태 이후 새로운 중동 및 세계의 정치 경제 질서 재편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한편 리비아 시장의 선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가 반군에 함락된 직후인 지난달 1일 이미 프랑스 파리에서 '리비아의 친구들'이란 국제회의가 열렸다. 60여명의 전 세계 각국 대표와 외교사절들이 리비아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각국 관계자는 겉으로는 리비아 안정화를 논의했지만 재건시장 및 유전 확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을 펼쳤다. 2주 뒤인 지난달 15일에는 군사작전을 주도한 나토(NATO)의 주축국가인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전격적으로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했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와 회담을 가진 것은 물론 시민들 앞에서 '개선장군'인 것처럼 대중연설도 펼쳤다. 물론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주도권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리비아의 자원과 재건사업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高地)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카다피의 사망 직후에도 미국,영국,그리고 프랑스 정상들은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모두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새로운 리비아의 건설과 재건'을 강조했다. 암묵적으로 그 과정에서 자국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언급한 것이다. 군사작전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세 나라에 대해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도 여러 차례 "동맹국들은 리비아가 앞으로 맺을 계약에서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치안유지,부족주의 극복,민주정부 출범 등 많은 과제를 가진 리비아의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서방국가들이 리비아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리비아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이미 정권이 붕괴한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달리 리비아는 막대한 석유자원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오랜 경제 제재로 재정이 바닥난 이라크와는 달리 리비아는 상당 부분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 동결된 카다피 일가의 자산만 약 1500억달러에 달한다. 리비아 중앙은행에는 144t에 달하는 금이 보관돼 있다. 재건 사업을 진행할 때 공사대금을 지불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로서는 수십억달러의 전비를 지출한 프랑스,영국,미국 등이 리비아의 에너지 자원과 재건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도 서둘러 새로운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카다피 정권 아래에서 건설시장의 3분의 1 정도를 담당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약 1200억달러 재건 시장에서 400억달러 정도는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우선 내전 이전(以前)에 이미 진행 중이던 공사에 다시 인력을 투입해 깔끔히 사업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불어 내전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특히 발전소,담수화 시설 등에 있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추가 수주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과거의 석유 수입이나 상품 수출,플랜트 수주 등에 집중해 온 우리의 진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 보다 큰 틀에서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할 제조업 분야에 있어서도 조인트 벤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기술력과 현지의 오일 머니를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의 틀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

서정민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동아프리카학 >